2분기 실적 발표… 매출 기반 연구·개발 투자 ‘선순환’ 구조
전통의 강자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실적과 연구·개발(R&D)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차근차근 높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 제약사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올해 2분기 성적표와 R&D 성과를 내놓으며 산업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술수출 홈런을 날린 업계 1위 유한양행은 2분기 실적 면에서는 부진했다. 매출액은 3557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7.2% 줄고 영업이익은 4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감소는 R&D 투자 증대와 신사업 추진에 따른 성장통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R&D 비용을 전년동기 대비 82억 원 증액했고, 뉴오리진 등 신사업 안정화를 위한 비용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한 투자가 일시적인 영업 둔화와 맞물리면서 다소 미진한 실적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본격적인 혁신 신약 개발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1월 길리어드에 8800억 원,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 강자임을 입증했고, 근골격계와 항암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에 이르는 광범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추가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업계 2위인 GC녹십자는 기대치를 훌쩍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달성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했다. 매출은 5.2% 늘어난 3596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특히 해외 매출이 15.7% 늘었다. 백신 부문은 독감백신의 남반구 수출 호조로 매출 규모가 6.5% 증가했고, 혈액제제 부문은 ‘알부민’의 중국 수출이 확대됨에 따라 31.1%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정기 세무조사에 따른 추가 법인세와 GC녹십자엠에스의 혈액백 입찰 담합 혐의로 부과된 과징금 등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15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와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F’의 중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헌터증후군과 혈우병은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이 지정한 희귀질환으로 심사 기간이 9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2분기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연결기준 지난해 2분기 대비 12.1% 늘어난 270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31억 원(16.1%)과 204억 원(41.7%)으로 나란히 증가했다. ‘로수젯’과 ‘에소메졸’, ‘아모잘탄’ 등 개량·복합 신약들과 ‘팔팔’,‘ 구구’ 등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고루 성장하면서 국내 매출을 이끌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2분기 매출 역시 9.8% 성장한 56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적용 신약 후보물질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 비용이 대폭 늘면서 각각 26억 원, 29억 원에 머물렀다. 원료의약품 전문회사 한미정밀화학은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했다.
한미약품은 2분기에만 R&D 비용으로 매출의 15.4% 수준인 428억 원을 투자했다. 최근 얀센에 기술수출했던 비만당뇨치료제의 권리 반환 이슈가 있었으나, 현재 초기 연구단계를 포함하면 30여 개의 파이프라인이 진행 중이다. 연내 ‘오락솔’의 전이성 유방암 임상 3상 결과와 ‘포지오티닙’의 비소세포폐암 EGFR 엑손20 변이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R&D 역량을 재확인시킬 전망이다.
지난해 1조 클럽 입성에 성공한 대웅제약은 2분기 매출 2634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나보타’의 활약이 주효했다. 전문의약품은 전년 동기보다 9.6% 늘어난 1800억 원, 일반의약품은 23% 늘어난 28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6%나 고공행진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 높은 나보타의 미국 시장 수출 본격화에 힘입은 결과”라며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혁신 신약의 연구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외형 성장에 성공하며 올해 매출 1조 클럽 입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2분기 매출 2664억 원, 영업이익 1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3%, 2.2% 늘었다. 상반기 누적 매출로 창립 이래 처음 5000억 원을 돌파했다.
2분기 외형 성장은 기존 제품의 매출 성장과 신제품에서 비롯됐다.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는 4월부터 2차에서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되며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이 478%나 증가한 88억 원을 기록했고, 3월 씨제이헬스케어와 공동판매 계약을 통해 도입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상반기에만 9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종근당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올해도 자가면역치료제 ‘CKD-506’과 헌팅턴치료제 ‘CKD-504’의 글로벌 임상과 빈혈치료제 ‘네스프’ 바이오시밀러의 일본 출시, 인도네시아 조인트벤처 CKD-OTTD의 항암제 생산 등에 R&D 비용을 늘리면서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에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