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완화에 가속도...세계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1년 새 2배로 늘어

입력 2019-07-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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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의 4분의 1이 마이너스

▲글로벌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규모 추이. 단위 조 달러. 2019년 13조 달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려 하는 등 금융완화 자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이자를 실질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현재 전 세계에서 13조 달러(약 1경5360조 원)로 1년 새 2배 늘었다고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세계적인 금융완화가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급증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특히 최근 1년 새 증가세가 가속화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금융정책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던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 노선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0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이런 채권시장의 ‘변형’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경기둔화 우려 속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분기 연속 하향 조정했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예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면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꺼리는 다른 중앙은행들도 이에 맞서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

신용도가 높은 선진국 국채 등은 불황에 강해 금리 저하 관측에도 매수세가 계속된다. 독일 국채인 분트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한때 마이너스(-) 0.4%대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심지어 스위스 국채는 오는 2064년 상환을 맞이하는 45년 만기 국채까지 마이너스로 거래됐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계속하는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채권이 세계 전체의 4분의 1에 이른다고 신문은 전했다. JP모건체이스자산운용의 밥 마이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2%대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향후 수년 안에 제로(0)%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수익률은 이자 수입과 가격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미래 분을 포함한 이자 수익과 원금 합계를 초과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단기 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이런 마이너스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한편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채권이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출하는 ‘레버리지 론’에 몰리고 있다.

멕시코와 오만 국채는 최근 발행 예정 금액의 3~5배에 달하는 자금이 모였다. 아사히생명보험은 올해 3월 폴란드 국채를 처음으로 매입했다. 미국 리서치 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국 채권에는 펀드를 통해 약 33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해 약 120억 달러의 순유출이 있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에서 레버리지 론 규모는 현재 약 1조2000억 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두 배 증가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하세가와 가쓰유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와 지금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에 공급된 거액의 자금이 설비 투자 등으로 향하지 않고 대부분 채권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도 문제다. 연준이 다시 경기부양에 나서면 채권시장 버블이 강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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