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전쟁] 최저임금 인상 ‘도미노’...효과 두고는 갑론을박

입력 2019-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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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최저임금 두 배 인상 추진…EU 국가 대부분은 올해 10% 가까이 인상·아시아도 예외는 아냐

전 세계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유력 후보들은 최저임금 인상 지지를 선언하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야당인 민주당은 올해 초 오는 2024년까지 현행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두 배인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원 181명, 상원 31명이 공동 발의한 임금인상법안(Raise the Wage Act)은 지난 3월 하원 교육노동위원회에서 찬성 28, 반대 20으로 통과된 뒤 하원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한 발 앞섰다. 올 1월부터 EU 국가 대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다. 인상폭도 컸다. 국가들 대부분이 10% 가깝게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스페인의 경우 22%나 최저임금을 인상했는데 이는 42년 만에 가장 큰 인상폭이었다. 이로써 스페인은 유럽 국가들 중 최저임금 순위가 10위에서 8위로 뛰어 올랐다. 아일랜드는 25% 인상했고 프랑스도 노란조끼 시위 이후 최저임금을 152유로로 대폭 인상했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태국은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있다. 2013년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다시 최저임금을 최대 7% 인상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군부정권은 선거 기간 동안 최저임금 40% 인상을 약속했다. 베트남도 지난해 6.5%인상에 이어 올해 5.3% 인상에 합의했다.

전세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제프리 클레멘스 미 경제조사국 경제학자는 최근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서 미국의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치적 움직임이 학문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학자 존 호튼이 2018년 온라인 노동시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인용해 최저임금이 올라갈수록 회사들은 더 숙련된 사람들을 고용했다며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이 올라갈수록 노동시장에서 비숙련 노동자들이 일하고 훈련받을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클레멘스는 유럽 데이터를 활용한 보고서도 언급했다. 2012년 그리스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부채 관련 협약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내렸는데 고용이 증가했다. 반면 헝가리는 최저임금을 중위 소득의 35%에서 55%로 인상한 결과 2018년 노동자 10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인상 비용 대부분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독일이 2015년 최저임금을 도입한 후 고용 감소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더해 미 의회 예산국(CBO)이 지난주 펴낸 보고서 역시 최저임금 논란에 불을 지폈다. CBO는 현재 연방 최저임금인 7.25달러가 10, 12, 15달러로 인상됐을 때 각각 얼마나 고용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해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5달러로 인상했을 경우, 130만 빈곤가구의 소득이 증가하는 반면 일자리가 최대 370만 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 실업률을 현 3.7%에서 6.0%로 2.3%포인트 높인다는 분석이다.

CBO는 수십 개의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용감소가 소득 증가분을 상쇄하면서 총 90억 달러의 가계수입 감소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특히 젊은 흑인 계층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실업률은 19.9%로 국가 평균의 5배 수준이다.

그러나 CBO의 분석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들의 분석이 과거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경제학자인 케빈 린츠와 존 부어하이스는 새 통계기법을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감소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저임금 인상 5년 후 예측에서 아주 적은 양의 고용감소가 나타났지만 CBO가 예측하는 만큼은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최저임금의 소폭 인상은 오히려 한계노동자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최저임근 인상의 여파에 대해 아직 명확한 결론은 없다. 블룸버그 역시 기존 연구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노동시장은 아직 연구중인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정도의 임금상승이 일자리 감소라는 피해를 줄이면서 빈곤 근로자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보다 명확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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