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군산의 夏-끝] “재취업해도 ‘극한직업’…퇴직자 400명은 복귀만 기다려”

입력 2019-07-05 05:00수정 2019-07-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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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실업자 교육기회도 없어…연차 많은 노동자, 갈 곳 전무

▲한국지엠 군산공장 차체부에서 23년간 일했던 박모(51)씨. 이투데이는 24일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 위치한 삼영종합중장비학원에서 지게차 실습을 받고있는 박모 씨를 만났다.(군산 = 김보름 기자 fullmoon@)
“지금 일할 수 있는 곳은 ‘극한직업’ 밖에 없어요. 직업교육을 받고 재취업을 해도 중소기업 1~2년차 수준 . 젊은친구들이 주로 가는데 저희는 경력을 인정받지도 못해 갈 데가 없습니다.”

지난달 24일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 위치한 삼영종합중장비학원에서 지게차 실습을 받고있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퇴직자 박모(51) 씨를 만났다. 23년간 한국지엠 군산공장 차체부에서 일했던 박씨는 “당시 저를 포함한 1000명 가량이 희망퇴직을 했다”며 “나머지 600명을 선별해 200명은 교육 1년정도 하고 부평공장으로 발령났고, 400명은 기약없는 대기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군산 고용위기 종합지원센터에서 5월 7일부터 6월 28일까지 진행한 항공지상조업사 2차 교육 훈련해 참가했다. 교육 수료 후 15명이 취업 예정이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는 “퇴직금으로 지내고 고용센터에서 협력업체 동료들과 교육을 받는데도 취업이 안된다”며 “군산경기 자체가 힘들다보니 다들 타지역으로 떠나 ‘기러기 아빠’가 됐다”고 말했다.

직업교육을 마치고 배운 기술을 활용해 취업하더라도 처우는 마땅지 않다. 박씨는 “지상조업사로 취업하면 수습기간 3개월 이후 정식 채용되는데 임금이나 복지가 상당히 적다”며 “가신 분 얘기 들어보면 한달에 280만 원 정도 손에 쥐는데 방세를 35만 원 내고, 교통비·생활비 떼고 나면 남는 건 200만 원 안팎”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박씨는 지엠공장 부지에 들어올 전기차 생산 라인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는 “고향인 광주로 가려고 갔다가 경력도 안 쳐주고 최저시급만 준다고 해서 다시 돌아왔다”며 “23년간 지엠에서 일한 경력을 봐서라도 채용해주면 5~6년이라도 더 다녀볼 계획”이라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연차가 오래 쌓인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쉽지도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에서 2년간 근무한 장모(27) 씨는 “최근 교육 받으면서 배터리업체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다행이 연차가 많치 않아 재교육 기회를 얻었지만, 연차 많은 고령자들은 새로운 기술 배우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부분 비슷한 업종으로 취업하거나 일자리 못찾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산 고용위기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전기차 관련 교육에는 ‘만 30세’라는 나이 제한이 걸려있다.

한국지엠의 2차 협력업체 BTX에 소속돼 일하던 조모(36)씨도 산단 내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계약직으로 일했다. 조씨는 “그나마 정직원들은 위로금이라도 받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엠이 빠지고 A/S 부품 소진하고 나서부터는 일이 없어 잠깐씩 노가다를 한다던지 공공기관에 일시직 근무하던지 한다”며 “동료들은 뿔뿔이 흩어져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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