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이 부동산법인을 설립해 주택을 보유함으로써 세금은 줄이고 대출한도를 늘리는 '묘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5월 신고일 기준 서울에서 법인이 주택을 매수한 거래는 951건으로 전월(585건)보다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달(403건)과 비교하면 136% 늘어난 수준이다.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을 한 달 앞두고 법인의 서울 주택 거래가 활발했던 셈이다.
서울 전체 매매거래에서 법인이 매입한 거래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종부세율을 높이기로 한 9·13 부동산대책과 공시지가·공시가격 급등 양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이 비중이 2~5%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9·13대책의 영향이 반영된 지난해 11월 이 비중이 5.7%로 늘더니, 올해 들어 9% 내외 수준 유지했다. 그러다가 5월 11.8%를 기록하며 주택 열 곳 중 한 곳은 법인이 사들인 셈이 됐다.
법인 매입의 비중 증가는 서울 주택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법인은 주택을 꾸준히 사들인 결과다. 특히 세금 이슈가 발생할 때 법인 거래가 전달보다 급증했다. 지난해 4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기 전에도 3월 법인 매입 거래는 959건을 기록한 바 있다.
법인 매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부동산 규제로 무거워진 세금을 절세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여러 채를 매입한 투자자라면 양도세 중과로 양도세율이 최대 62%까지 이를 수 있다. 법인은 양도세를 내지 않는 대신 기존 법인세 20%에 토지·주택 등 양도차익에 대한 추가과세 10%를 붙여 30% 세율이 정해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세율만 보면 개인보다 법인이 유리해보이지만 개인이 법인 안의 돈을 꺼내 쓸려면 배당을 받거나 상여 처리를 해야 한다”며 “그때 개인소득세가 다시 부과되는데, 지금 내야 할 세금 1000만 원을 10년 뒤에 낸다는 차원서 절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팀장은 “법인을 통한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주택을 ‘오래’ 그리고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며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보유하려던 자산가들이 기왕 할 거면 눈앞에 보유세부터 피하자는 차원서 6월 전에 움직인 것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법인을 세우면 대출도 유리하다. 현재 1주택자 이상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법인의 경우 신용도에 따라 집값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법인을 통해 세금을 덜 내는 것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이점들 때문에 부동산 법인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동산 법인은 3151곳으로 규제가 적용되기 전인 2017년 4분기(2161곳)보다 45.8%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9·13 대책을 분기점으로 부동산 법인이 급증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설립된 부동산 법인 수는 2297곳이었지만, 4분기 2957곳으로 600곳 이상 늘어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