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가격 급락, 비상한 수출대책 급하다

입력 2019-06-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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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회복세가 전망됐던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지고 하락폭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언제 회복될지도 점치기 어렵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의 장기 부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대한 충격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D램 평균가격이 3분기에 최대 15%, 4분기에 10%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D램 수요가 2분기 바닥을 지나 3분기부터 회복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전통적으로도 하반기는 메모리 반도체 성수기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서버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반도체 수요 부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 하락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표 제품인 PC용 DDR4 8Gb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2월 7.25달러에서 최근 3.75달러로 거의 반 토막 났고, 낸드플래시(128Gb MLC기준)도 올 들어 16%나 떨어졌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작년 수출액은 1267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0.9%에 달했다.

반도체 가격 급락이 수출에 직격탄을 안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 들어 우리 수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최대 요인이다. 4월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나 쪼그라든 86억8000만 달러에 그쳐 상품수지 흑자가 41%나 격감하고, 결국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도 그 때문이다. 5월 반도체 수출은 75억3700만 달러에 불과해 감소폭이 30.5%로 더 커졌다.

문제는 반도체 하강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고, 단기간 내 시황개선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화웨이 사태로 중국 기업들의 수요가 마이크론·인텔 등 미국 업체 대신 삼성이나 SK하이닉스 쪽으로 옮겨져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지수다. 화웨이 제재와 미·중 무역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측불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규모가 4120억8600만 달러로 작년보다 12.1%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몇 달 전인 2월의 연간 반도체 매출 3% 감소 전망에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재고가 증가하고 시황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더 많다.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의 집중적인 육성 전략이 적극 추진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하는 단계다.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마저 힘을 잃고 있는데, 대체 주력산업은 부재(不在)한 상태다. 암담하기 짝이 없다. 대비책이 뭐가 있을 건가. 우선 수출부터 살리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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