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줄줄이 금리 인하

입력 2019-06-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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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에 경고음이 잇따르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방어 차원에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 4일(현지시간) 약 3년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인도 중앙은행도 6일 정례회의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도 금리 인하 검토에 착수하는 등 각국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 모드에 돌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연준이 이달 18~19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다음이나 그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5%, 7월 30~31일 회의까지 1회 이상 금리 인하 확률은 75%다. 이는 5월 FOMC 때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연준 당국자들조차 시장의 금리 인하 관측에 대해 명확하게 부정하지 않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일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탄탄한 고용시장과 목표치 2% 안팎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 정책 변경에 인내심을 갖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도 최근 며칠 간 비슷한 발언을 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한 건 아니지만 미국과 중국, 멕시코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연준 당국자들은 미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3%에서 올해 2% 정도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서도 이미 하향 조정하고, 올해 목표치(2%)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었다.

전 세계에서 ‘나홀로’ 순항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다른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다.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인도 경제도 빨간불이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6일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6%에서 5.7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2월과 4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RBI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국 경기도 둔화가 우려된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금융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상은 일러도 2020년 여름 이후가 된다. 금리 인상 시점 연기는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ECB의 출구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의 금융 정책이 몇 달 전보다 완화적인 무드로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관계협의회(CFR) 지수에 따르면 현재의 금융 정책은 2014년 이후 가장 완화적인 상태에 있다. 이런 가운데 JP모건체이스는 연내 2회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미국을 시작으로 선진국의 기준금리 평균이 지금보다 완화적인 수준에서 연말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중앙은행들의 대응 여력이다. 각국 금융 당국자들은 금융 정책이 예전만큼의 효력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총 700여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총 12조 달러 상당의 금융 자산을 사들였다. 향후 더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쓸 수 있는 실탄이 여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다.

HSBC홀딩스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 경제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경제 지표가 적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G20가 보다 광범위한 정책 공조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당국자들은 국가 경제의 완충재가 얇아졌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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