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와 경북도, 전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며 조업정지 처분을 내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가 철강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분명치 않은 근거로 제철소 가동을 멈춰야 할 수 있는 무책임하고도 치명적인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어이없는 규제라는 반응이다.
충남도는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2고로에 대해 7월 15일부터 10일간 조업정지를 명령했다. 당진제철소가 고로(용광로)의 브리더(breather)라는 안전밸브를 개방해 무단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단체들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같은 사안으로 전남도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경북도는 포항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브리더는 고로 내부의 일정한 압력 유지를 위해 공기가 드나들 수 있게 하는 필수적 안전밸브장치다. 사고 위험 때 자동으로 열린다. 공정 이상으로 고로의 내부 압력이 높아져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스가 배출되도록 개방되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곳의 제철소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브리더의 오염물질 배출 또한 문제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브리더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문제는 10일간의 조업정지 처분이 사실상 제철소 가동을 멈추라는 얘기와 다름없다는 데 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항상 내부온도가 1500℃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3∼4일만 가동을 멈춰도 온도 하강으로 쇳물이 굳어져 복구에 3∼6개월이 걸린다. 최악의 경우 고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제철소 운영을 중단해야 하고, 고로를 다시 짓는 데만 24개월이 소요된다. 3개월만 조업이 중단돼도 손실이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을 원자재로 하는 조선, 자동차 등 연관산업에 가져오는 피해는 짐작조차 어렵다. 이번 조치가 황당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브리더 개방 때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이고, 대기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측정이나 분석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고로 굴뚝 꼭대기에 설치된 브리더가 개방되는 시간도 보수·점검이 이뤄지는 2달에 한 번, 최대 1시간 이내라고 한다. 대기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환경단체들의 브리더 문제제기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 평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근거없는 환경논리에 좌우돼 기업의 숨통을 죄고 국가 기간산업을 위협하는 규제가 남발되고 있다. 이런 엉터리 규제가 어디 한둘이겠나.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제철소 조업정지 처분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