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금감에 따른 착시 현상…아베 총리 소비세 증세 방침에 불안 고조
일본 내각부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0.5% 증가했다. 연율 환산으로는 2.1% 늘어나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마이너스(-)0.3%를 기록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을 깨뜨린 것이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 내용을 살펴보면 수입(輸入) 급감으로 인해 GDP가 늘어난 착시현상이어서 구조적으로 보면 마냥 기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GDP는 일정 기간 국내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추정하는 지표다. 이 중 수입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로 파악해 그만큼 GDP 총액에서 제외하게 돼 있다. 이에 수입이 줄어들면 그만큼 공제 금액이 감소, 전기 대비 성장률로 계산하면 증가율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물가 영향을 제외한 올해 1분기 실질 수입은 전분기보다 4.6% 감소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17.2% 급감해 2009년 1분기 이후 10년 만의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GDP 총액이 예상보다 커지게 됐다.
문제는 수입 급감이 일본 경제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내각부는 수입 감소 이유에 대해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활동이 둔화하면 에너지 관련 수요도 둔화한다. 재무성에 따르면 1분기에는 원유 등 연료 이외에 화학제품과 기계,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수입도 줄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입이 대폭 감소한 것은 일본 국내 수요 약점을 반영하고 있다”며 “GDP가 상당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경기는 겉보기보다 훨씬 나쁘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으로 수출입이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 경제를 지탱해왔던 내수에도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0.3% 감소했으며 GDP 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도 0.1% 줄었다. 내수가 흔들리면 미·중 무역마찰에 타격을 받는 수출입도 한층 위축돼 경제의 내구력이 약해진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아베 총리가 10월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경우 경제 체력이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가 소비세율 인상을 강행하면 일본은행(BOJ)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6일 일본 은행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정책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유지하는 일본은행이 강등의 주원인이다.
2014년 아베 정부가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을 때 일본은행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대응했다. 현재는 가뜩이나 저금리여서 그런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