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지정 지역간 온도차 극명...계양 주민들 “정부가 생존권 볼모로 땅장사”
3기 신도시 지정 지역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생존권, 재산권을 내세워 반대하는 곳이 있는 반면,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 지역도 있다.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3기 신도시를 결정한 정부의 조급함이 불러온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 인천 계양 주민설명회 또 무산…“주민 협의 없는 절차에 배신감”
“우리는 생존권이 달려 있어요! 주민을 볼모로 땅장사를 하는 거잖아요.”
14일 오후 인천 계양구청 6층 대강당에는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토지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설명회를 저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인천계양주민대책위원회’, ‘3기 신도시 전면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연합)’ 회원들이었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달 25일 열기로 했다가 한 차례 연기된 자리였다. 당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민대책위의 지적으로 설명회가 열리지 않았다. 3주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에 열린 이번 설명회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날 2차 설명회도 무산됐다.
당현증 인천 계양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토지의 90% 이상이 그린벨트 환경성평가 2등급에 해당되는 상황에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 위원장은 “국토환경성평가 등급을 보면 1등급은 0.5%, 2등급은 92.3%로 나와 있다”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됐을 때 설명회를 열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 60대 부부는 “대를 이어서 살아온 곳인데 고향을 버리고 어디 가서 살겠냐”며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주변 지가가 많이 올랐다. 토지 시가와 정부의 보상액 차이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다른 70대 부부는 “농사를 지으려고 9년 전에 계양구로 왔다. 원해서 파는 것도 아닌데 양도세를 감당하라는 게 말도 안 된다. 보상 수준 또한 시가와 비교했을 때 너무 낮다”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현장에서 주민들의 쓴소리를 들어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회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다”며 “추후에 어떻게 진행할지는 다시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천계양 담당 LH 추진단장은 “대책위와 소통 채널이 있고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며 설명회 재개최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와 LH는 오는 16일 남양주 왕숙, 17일에는 하남 교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고양 창릉·부천 대장, 기대심리 형성…“개발기대감 커”
최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의 분위기는 1차 지정 지역(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과 사뭇 다르다. 시장에 나왔던 토지, 주택 매물도 신도시 발표 이후에 자취를 감췄다.
부천시 A공인중개사는 “신도시를 발표하고 나서는 거래가 끊겼다. 계약한다고 했던 매물도 거래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땅이나 빌라 등 주택을 내놓은 매도자들은 나중에 가격이 더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 심리 때문에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대심리가 있는데 우선은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천시 B공인중개사 역시 “발표 이후 매물이 다 들어갔다”며 “(개발하면) 좋아지니까 환영하는 반응이 있다.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니깐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양시 A공인중개사는 “분위기는 반반이다. 신도시 지정을 반기는 분들이 있는 반면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수요가 그쪽으로 이동해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