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없다'는 주유소…"내릴 땐 굼뜨더니 오를 땐 빛의 속도네"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첫날인 7일 전국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00원에 육박했다.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9.53원 오른 ℓ당 1496.77원을 기록했다.
기름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593.73원으로 전일 대비 28.63원 상승했다.
경유 가격은 ℓ당 전국 평균 1371.03원, 서울 평균 1465.39원이었다. 전날 대비 각각 15.27원, 22.21원 올랐다.
유류세 인하 축소분이 즉각적으로 시장에 반영됨에 따라 기름값이 껑충 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다수의 주유소 관계자들은 “재고가 남아있지 않다”며 첫날부터 곧바로 가격을 올려 판매하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 인근에 있는 한 주유소 관계자는 “기름을 미리 들여오지 못해서 재고가 없다”며 “7일부터 바로 유류세 인하 폭이 줄어든 가격으로 휘발유 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주유소가 유류세 환원 이전에 매입해둔 기름이 소진되기까지 통상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름값 인상에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게 맞다.
하지만 다수의 주유소가 곧바로 가격을 올려 제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자차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이 모(29세) 씨는 “유류세 인하를 시작했을 때에는 재고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기름값을 천천히 내렸는데 올라갈 때만 재고가 없다고 즉각 반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해 11월 6일 정유사 직영 주유소들은 즉각적으로 기름값을 낮췄지만, 다수의 자영 주유소들은 비축된 재고 물량 남아있다는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자영주유소 관계자는 "직영 주유소는 본사의 지침에 따라가겠지만, 개인 주유소의 경우에는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 언제 올릴지는 모두 경영주의 마음에 따라 달렸다"며 "우리 주유소는 오늘부터 유류세 인하 축소분을 가격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작년 말부터 6개월간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처를 단계적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7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은 15%에서 7%로 줄었다.
이에 휘발유는 ℓ당 65원, 경유는 4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6원씩 가격이 오르게 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도 맞물려 앞으로 1~2주간은 기름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제품가격은 지난 국제유가 상승분의 국내유가 시차 반영 등에 따라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서 휘발유 가격이 11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당분간 국내 기름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