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시 주석이 트럼프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미중 무역협상 최종 타결을 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중국과의 무역협상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일부터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류허 중국 부총리를 포함한 중국 무역대표단은 그러나 예정대로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팀 대표단은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국 측의 방문 취소 보도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중국을 압박했지만,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당초 8일로 예정됐던 워싱턴 무역협상은 하루 이틀 정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무역대표단은 그 사이 추가적인 내부 지침을 기다리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 경제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NYT는 “지난해 중국이 빚에 의존해 성장하는 경제 체질 개선을 시도하면서 성장 속도가 늦춰졌는데, 여기에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까지 겹치며 중국 제조업자들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중국이 경기부양 정책을 펴는 한편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에서 또 ‘종전’의 기회를 놓치면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타오 왕 UBS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트럼프의 예고대로 대중 관세가 추가로 인상된다면, 중국 경제에 매우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협상 결렬이) 앞으로 1년 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1.6~2% 가량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6~6.5%다.
실제로 트럼프의 돌발 발언 이후 중국 증시는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인 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58% 급락했고, 선전종합지수는 7.4% 밀렸다. 지난 2016년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중국은 무역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트럼프의 발언을 애써 축소하는 모양새다. 중국 언론은 트럼프의 발언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중국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협상에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중국인들의 반미 정서를 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과의 온도차는 여전히 크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6일 “오는 10일을 기점으로 대중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합의사항 법제화에 대한 중국의 태도 번복이 이번 갈등의 결정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현행 제도를 바꾸겠다고 합의했으나, 이를 법제화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화가 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