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 등 7곳서 측정…5G 가입자 "우리는 호갱인가요?"
“5G는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초고속 무선통신 인프라입니다. 현재 SK텔레콤 5GX는 국내 최고속 2.7Gbps 속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 28GHz 주파수 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 속도는 훨씬 빨라질 전망입니다.” (SK텔레콤 홈페이지 5GX 소개 문구)“5G는 무엇이 좋아지나요? LTE보다 20배 빠른 전송속도, LTE보다 10배 빠른 반응속도, LTE보다 10배 많은 기기와 속도 연결.” (KT 홈페이지 5G 소개 문구)
“5G에서는 LTE로 20초 이상 걸리는 2.5GB 파일을 단 1초 만에 보낼 수 있어요. LTE보다 10배 빠른 반응속도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할 때 느려짐 없이 대용량 게임도 실시간으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요.” (LG유플러스 홈페이지 5G 소개 문구)
4월 3일. 우리나라가 ‘5세대(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날이다.
5G 서비스는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이다. 4G 통신기술인 LTE와 비교할 때 20배에 달하는 속도다. 처리 용량은 100배나 많다. 1㎢당 접속 가능 기기도 100만 대 수준을 자랑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구현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3대 이통사 역시 이런 5G의 강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화려한 미래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비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5G 가입자는 서비스 한 달 만에 26만 명(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빠르게 늘었고, 현재는 3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5G를 지원하는 단말기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에 이어 이달 10일 LG전자가 ‘LG V50 씽큐’를 출시함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특히 각 통신사들이 5G 시장 선점을 위해 5G 지원 단말기에 보조금을 집중할 것인 만큼, 가입자 수의 가파른 증가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통3사 광고대로 5G 서비스는 우리의 생활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품질로, 어느 지역에서나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전국 5대 도시 5G 서비스…"되는 곳이 없다"
본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서 각각 개통된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스마트폰 3대를 이용해 이달 1~2일 이틀간 전국 5대 도시(서울ㆍ대전ㆍ광주ㆍ대구ㆍ부산)에서 속도를 측정했다.
이들 도시는 이통 3사가 중점을 두고 5G 기지국을 많이 설치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이통 3사별 5G 기지국 설치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 1만9050국, 경기에 1만946국, 인천에 3674국, 부산에 3200국, 대전에 2514국, 대구에 2238국, 광주에 1861국 순이었다.
이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이투데이는 각 도시의 기차역 내에서 5G가 잘 서비스되는지 테스트했다. 장소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대합실에서 각 이통사별로 5차례씩 측정했다. 측정 프로그램은 대중적으로 쓰이는 ‘벤치비’를 이용했다. 서울은 기차를 이용한 용산역과 영등포역에서 측정했으며, 기타 도시의 경우 해당 지역의 기차역(부산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모두 측정)을 기준으로 측정했다.
사실 측정에 앞서 '5G 서비스 초기인 만큼, 아직은 만족스러운 통신 품질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3G나 LTE 서비스 때도 기지국 확충을 통해 품질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이틀간의 실험에서 5개 도시 중 5G가 제대로 잡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서울 지역 테스트 장소인 용산역과 영등포역 모두 5G 서비스가 잡히지 않았다.
대전역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5G 네트워크를 인식하지 못했다. KT의 경우 5G가 불안정하게 서비스 접속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주역과 대구역에서는 이통 3사 모두 5G 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했다.
두 곳에서 측정한 부산의 경우 부산버스터미널에서는 이통 3사 모두 5G가 잡히지 않았지만, 부산역에서는 SK텔레콤의 5G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부산역에서도 잡히지 않았다.
5G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었다. 부산역의 경우 SK텔레콤의 5G 서비스를 인식했지만, 속도 측정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존 LTE보다 5G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가 더 느리게 측정된 것.
부산역에서 SK텔레콤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322Mbps를 기록했지만, LTE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326.8Mbps로 조금 더 빨랐다. 업로드 속도 차는 더 심했다. 5G 평균 업로드 속도는 17.7Mbps로 나타난 반면, LTE는 24.3Mbps로 더 원활했다.
5G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지국 증설을 통해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 만으로 판단하자면, 굳이 5G를 가입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더 비싼 돈을 내고도 그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속도를 따지기 전에 서비스 지원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비록 5G 서비스가 대다수 지역에서 제공되지 않았지만, 지역마다 이통3사별 LTE의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대다수 지역에서 다운로드 속도가 SK텔레콤이 가장 빨랐다는 것이었다. 이는 LTE망에서 SK텔레콤이 강점을 지녔다는 뜻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5개 도시 7곳 중 6곳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다.
유일하게 대구역에서만 KT가 평균 154.8Mbps로 가장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LG유플러스는 7곳 중 6곳에서 다운로드 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로드 속도는 LG유플러스의 강점이 두드러졌다. LG유플러스는 7곳 중 6곳에서 업로드 속도가 이통 3사 중 가장 빨랐으며, 영등포역에서만 KT가 가장 빠른 업로드 속도를 보였다.
다만 KT의 업로드 속도는 7곳 중 5곳에서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사보다 업로드 속도가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남겼다.
◇30만 5G 가입자는 ‘호갱’?…소비자는 불만 '가득'
이미 이통 3사를 통해 한 달 새 30여만 명이 5G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들은 과연 ‘얼리어답터’일까 ‘5G 호갱(호구+고객)’일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G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의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5G 서비스에 가입한 뒤에도 5G가 잡히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는 네티즌도 있었으며, 속도를 측정하니 5G가 LTE보다 현저히 낮게 측정됐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은 “5G 요금제 개통 후 이틀 간 5G 서비스가 총 15분 접속되는 데 그쳤다. 5G가 접속되지 않아 LTE 우선모드로 했더니 모바일 네트워크가 끊겼다는 메시지를 한두 차례 나타났다. 각종 테스트 결과를 KT에 전달했고, KT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 게시판에 또 다른 네티즌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로 휴대전화를 바꾼 뒤, 5G 속도가 너무 느려서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교품증을 받으려 한다"면서 "5G가 안 터지면 LTE로 넘어가는데, LTE 속도 역시 전에 썼던 '갤럭시노트9'보다 느리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커뮤니티에서 SK텔레콤의 5G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네티즌은 “천안에서 5G가 잡히길래 좋아했는데 속도를 측정했더니 다운로드 속도가 8.71Mbps가 나오더라”면서 “이건 3G폰인지 5G폰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통사만의 책임? "앞당긴 5G 초기 품질 이해해야"
결국 지금은 과도기인 셈이다. 전문가들도 5G 서비스를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기 위해서는 2021년께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5G 서비스가 완성되는 시점을 2022년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5G 서비스의 원년일뿐, 그 이상의 의미 부여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5G 품질 문제의 책임이 세계 최초의 상용화를 끌어낸 이통3사에게만 지워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5G 서비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미국의 버라이즌과 국내 이통 3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버라이즌은 당초 예고한 4월 11일이 아닌 같은달 4일(한국시간 기준)로 앞당기는 강수를 뒀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부와 이통 3사는 이보다 더 일정을 앞당기면서 통신품질까지 확보하는 데 사실상 어려움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5G 서비스의 경우 정부와 이통사가 함께 추진한 것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상용화 일정을 당긴 것을 헤아려 줬으면 한다”라고 이해를 구했다.
결론적으로 5G 서비스가 안정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3G와 LTE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것은 품질 개선을 위한 이통 3사의 노력과 투자, 그리고 시간이다. 갓 첫발을 뗀 5G 서비스가 우리 생활 속으로 온전히 녹아들 때까지 소비자들의 작은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