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회관 출근 봉쇄..."자진사퇴 해법"
기업은행 '낙하산 감사' 파문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파행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임명된 김준호 감사는 30일 첫 출근부터 16일째 기업은행 본점 출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근길이 막힌 김 감사는 인근에 위치한 은행회관 10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내고 업무보고를 받아 왔으나, 최근 노조가 별실 출근마저 저지하고 전면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재 노조원 10여명이 은행회관 정문 앞에서 진을 치고 대기중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 김 감사에게 이른바 '라이벌 발언'에 대해 공개사과하고,'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어떤 답변도 대안도 없이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에 정보공개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정보공개법상 해당기관의 1차 답변시한은 10일이며 최대 30일이내에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만약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금융위는 1차 답변을 보류한 상태이며 공개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안한 채 '강건너 불구경'하듯 느긋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위에서 적임자를 선임했더라도 노조측의 반대가 의례히 있었다"면서 "이번 감사 선임 건이 경력이나 함량에서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이번 출근저지를 통한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은 어떤 협상카드나 길들이기 차원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번 인사가 떳떳하다면 인사원칙과 기준, 과정을 낱낱히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정부가 임명권을 행사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재현되는 것은 임명기준과 원칙없이 친정부 인사를 내정하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무분별한 인사를 비판했다.
이처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곤혹스러운 건 기업은행이다. 민영화를 앞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어가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인사 갈등'은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 선임은)인사권자가 아닌 상황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며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감사 업무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 감사가 진정으로 기업은행 입장을 고려한다면 자진사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은행 낙하산 파문은 정부의 무원칙 인사와 무사안일한 대응이 이처럼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따라서 인사권자인 금융위가 '정보공개'와 '인사철회' 중 어떤 카드를 선택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정문 앞에서 기업은행 노조원들이 김준호 감사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