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재고평가 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화학업계는 원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업체들의 비중 도입이 높은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50달러대 초반에서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석 달 만에 약 40%가량 급등한 셈이다.
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를 밀어 올렸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 급락한 국제유가로 적자를 봤던 정유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눈치다. 지난해 말 입은 재고평가손실을 만회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실적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제유가 급락 때문에 지난해 4분기 4253억 원가량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통상 정유업계는 원유를 구입한 후 2~3개월 뒤에 판매하는데, 유가가 구매 시점보다 더 상승하면 정유사들은 원유를 미리 사들인 양 만큼 이익을 보게 된다. 구매 시점보다 유가가 떨어지면 그 반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정유사들에게 재고평가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의 등락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분기마다 상쇄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유가가 갑작스럽게 급등할 경우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마진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다만 현재 정제마진도 1월 대비 회복세를 보이는 상태라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화학업계는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원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화학사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된 납사를 이용,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원유에서 정제되는 납사 가격은 유가와 연동돼 유사하게 움직인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사들은 유가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원료 다변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공정마다 투입할 수 있는 양은 다르겠지만 납사크래커(NCC)에 15%~20%가량을 납사 대신 액화석유가스(LPG) 원료로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