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통한 창의적 사고 도출 등 올해 연차휴가 15일 부여키로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부터 그룹사 모든 임원은 연간 최대 3주 동안 자율적으로 연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시행은 1월부터였으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의 표 다툼이 예상됐었던 정기 주주총회(3월 말)까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가 이어졌던 만큼 이달부터 임원들이 휴가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에만 300명이 넘는 임원들은 사실상 작년까지는 연차 휴가의 개념이 없었다. 연차는커녕 주말 출근도 잦았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공장이 여름휴가에 돌입하면 그 기간에 맞춰 휴가를 떠나는 게 전부였다.
반면 올해부터는 평균 15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됐다. 주말을 포함하면 최대 3주까지 쉴 수 있다는 뜻이다. 2~3일씩 쉬는 게 아닌, 주말까지 포함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정 부회장의 방침이다.
정 부회장의 이런 경영 전략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먼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입한 외국인 임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에 영입될 때 급여는 물론 일련의 휴가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고 회사에 합류한다. 일하면서 충분히 휴가를 즐기는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임원처럼 한국인 임원 역시 이들과 동등한 수준의 휴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나아가 정 부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주문한 ‘창의적 사고’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부회장은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워야 한다”며 창의적 사고를 주문해 왔다. 자율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IT기업처럼, 현대차 역시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업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임원 휴가제 결정을 뒷받침했다. 정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계열사 전반에 걸쳐 기업문화 혁신을 추진 중이다. 정 부회장의 방침에 따라 △출퇴근 시간 유연제 △자율복 근무제 △직급 및 부서명칭 개편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직원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주문해온 임원들이 정작 자신들은 휴가 한 번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도 조직문화의 모순으로 지적돼 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원 휴가와 관련해 “올해부터 임원마다 15일의 연차 휴가가 배정됐다”며 “외국인 임원과의 형평성이라기보다 창의적 기업문화의 확산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