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3주 휴가 써라”...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이번엔 ‘복지 혁신’

입력 2019-04-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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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통한 창의적 사고 도출 등 올해 연차휴가 15일 부여키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추진 중인 기업문화 혁신이 확대되면서 임원 복지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정 부회장은 사실상 휴가가 없었던 그룹사 임원들에게 연간 15일의 휴가를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가능하면 날짜를 붙여서 장기 휴가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권했다.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부터 그룹사 모든 임원은 연간 최대 3주 동안 자율적으로 연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시행은 1월부터였으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의 표 다툼이 예상됐었던 정기 주주총회(3월 말)까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가 이어졌던 만큼 이달부터 임원들이 휴가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에만 300명이 넘는 임원들은 사실상 작년까지는 연차 휴가의 개념이 없었다. 연차는커녕 주말 출근도 잦았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공장이 여름휴가에 돌입하면 그 기간에 맞춰 휴가를 떠나는 게 전부였다.

반면 올해부터는 평균 15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됐다. 주말을 포함하면 최대 3주까지 쉴 수 있다는 뜻이다. 2~3일씩 쉬는 게 아닌, 주말까지 포함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정 부회장의 방침이다.

정 부회장의 이런 경영 전략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먼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입한 외국인 임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에 영입될 때 급여는 물론 일련의 휴가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고 회사에 합류한다. 일하면서 충분히 휴가를 즐기는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임원처럼 한국인 임원 역시 이들과 동등한 수준의 휴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나아가 정 부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주문한 ‘창의적 사고’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부회장은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워야 한다”며 창의적 사고를 주문해 왔다. 자율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IT기업처럼, 현대차 역시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업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임원 휴가제 결정을 뒷받침했다. 정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계열사 전반에 걸쳐 기업문화 혁신을 추진 중이다. 정 부회장의 방침에 따라 △출퇴근 시간 유연제 △자율복 근무제 △직급 및 부서명칭 개편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직원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주문해온 임원들이 정작 자신들은 휴가 한 번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도 조직문화의 모순으로 지적돼 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원 휴가와 관련해 “올해부터 임원마다 15일의 연차 휴가가 배정됐다”며 “외국인 임원과의 형평성이라기보다 창의적 기업문화의 확산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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