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보다 큰 배꼽...홍콩계 사모펀드, ‘영실업 먹튀’ 논란

입력 2019-03-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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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영실업 배당성향 101%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83억 원인데 배당으로 390억 원을 챙긴 곳이 있다.

바로 국내 1위 완구업체 영실업의 주주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그 주인공이다. PAG는 홍콩계 사모펀드(PEF)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8년 영실업의 배당성향은 101%에 달한다. 배당금 총액은 39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 383억 원을 뛰어넘은 배당을 한 것이다. 영실업의 지분은 PAG가 100% 소유하고 있다.

또봇, 베이블레이드 등으로 유명한 영실업의 고배당은 지난해에만 국한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2015년 PAG에 인수된 뒤 2016년, 2017년에도 영실업의 고배당 기조는 뚜렷했다. 2017년 배당성향은 103.8%로 배당금 총액은 216억 원이며, 2016년 배당 성향은 76.4%로 배당금 총액은 97억 원이다. 인수 이후 매해 당기순이익과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배당을 단일 최대주주인 PAG가 챙겨갔다는 의미다.

2015년 4월 PAG는 같은 홍콩계 사모펀드인 헤드랜드캐피털로부터 2200억 원에 영실업을 사들였다. 당시 PAG는 2200억 원 중 1300억 원은 자체 조달했고, 나머지 1000억 원가량은 신디케이션론을 통해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디케이션론은 KDB산업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이 주관사를 맡아 절반씩 자금을 모았다.

인수 이후 3년 연속 고배당을 단행한 덕에 PAG는 인수 당시 투자금의 상당 부문을 이미 회수했다. 2016~2018년 배당금 총액을 합하면 670억 원가량에 이른다.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배당이 이어지면서 외국계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무리하게 회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먹튀’ 우려다. PAG는 인수 3년 만인 지난해에 자신의 영실업 지분 100%를 최소 5000억 원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실업은 인수되는 해에는 실적이 악화했지만 2016년부터는 반등에 성공했고, 2017년, 2018년 나란히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16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30억 원, 145억 원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1564억 원의 매출액, 3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980년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경신한 영실업은 2018년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2018년 영실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32억 원, 523억 원에 달한다.

물론 당기순이익 이상 배당을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지속가능경영이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영실업이 사모펀드에 매각된 이후 자체 지식재산(IP) 사업을 키우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유통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국내 완구 산업의 미래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실업의 지난해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제품매출이 750억 원인 반면 상품 매출은 1083억 원에 달한다. 상품매출이란 회사가 다른 회사의 상품을 매입해 마진을 붙여 판매할 때 벌어들이는 수익, 즉 유통 수익을 의미한다.

또 다른 완구업계 관계자도 “외국계 사모펀드가 몸값을 높여 회사를 다시 파는 게 관행이지 않냐”고 반문하면서도 “그러나 그런 식이면 조직원들이 애사심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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