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석유 수출, 70% 이상 급증…셰일업계, 한국 등 안정적 구매처 모색
미국이 창출하는 새로운 흐름은 향후 수년간 석유산업, 세계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고유가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되며 미국 정치권은 새롭고도 강력한 외교적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미국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이상으로 전년보다 70% 이상 급증했다. 최근 4주간 미국의 석유 수출은 하루 평균 300만 배럴을 넘어 중동의 석유강국인 쿠웨이트를 능가했다.
미국이 2015년 말 40년 만에 원유 수출 해금 조치를 취하면서 세계 에너지 지형도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초 휴스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지금은 새로운 미국 에너지 시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 말에 미국의 석유 수출이 하루 50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현 수준보다 70% 급증한 수치다.
미국이 실제로 내년 이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원유 수출량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OPEC 모든 회원국들보다 앞서게 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미국 셰일혁명의 두 번째 물결이 오고 있다”며 “이는 국제 석유와 천연가스 무역흐름을 뒤흔드는 지정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는 그 영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자국 원유 생산과 수출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을 제재할 수 있었다.
지난해 미국 석유 부문 무역수지 적자가 2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적인 영향도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 제품에 있어서 메이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IEA는 원유 수출도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5년 안에 미국 전체 석유 수출이 하루 약 9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12년에 미국의 석유 수출이 하루 100만 배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변화다.
예상이 맞는다면 미국은 오는 2024년에 원유와 정유 수출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하면서 사우디를 턱 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아직 미국은 셰일유 공급 대부분을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다. 텍사스와 노스다코타 등에서 생산된 셰일유는 멕시코만에 있는 정유단지로 보내진다.
미국 정유단지가 처리할 수 있는 원유에 한계가 있어 셰일업계는 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라톤페트롤리엄의 게리 헤밍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그동안 미국 셰일유 생산업체와 석유 트레이더들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일회성 거래로 처리했다. 그 결과 미국 원유 수출 목적지는 스페인에서 태국,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달마다 바뀌었다.
그러나 한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등의 정유업체가 점점 더 안정적인 구매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