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주력사업” vs 기은 “우리 업무”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제1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상정된 법안 중에는 김 의원이 지난해 11월 14일 발의한 ‘기은법’ 개정안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업무’ 부분에 해당하는 제33조 1항에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문구를 더하는 것이다. 같은 날 김 의원은 ‘산은법’ 개정안도 발의한다. ‘업무’에 해당하는 18조에서 2항 ‘중소기업의 육성’과 6항 ‘기업구조조정’의 순서를 2항 ‘기업구조조정’, 6항 ‘중소기업 육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개정안도 다음 법안소위에 올라갈 예정이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 당시 “기은법에는 중소기업 육성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았지만 산은법에는 이를 규정하면서 중소기업 육성을 기업구조조정보다 편제상 우선하고 있다”며 “특수목적은행으로서 두 은행 간 전문성 확보를 위하여 업무의 우선순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기은의 ‘중소기업 육성’ 역할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산은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두 개정안의 핵심인 셈이다.
문제는 산은의 최근 움직임이 이와 정반대라는 점이다. 산은은 최근 기업구조조정의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의 혁신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이다. 당시 산은은 혁신성장금융본부를 혁신성장금융부문으로 격상하고, 구조조정부문을 본부로 축소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주기적으로 해왔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는 “(산은의) 혁신성장 지원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전에 연 기자회견에서도 “(한국GM, 대우조선, 현대상선보다) 더 중요한 게 혁신성장,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기은은 중소기업 지원이 본연의 기능이니만큼 법적으로도 명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기은 고위 관계자는 “(기은법에) 해당 내용이 그동안 없었던 것이 이상하다”며 “중소기업 육성을 명시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기은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은이 중소기업, 혁신기업 부문에서 영역을 넓혀가면서 기은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과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산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법은 큰 방향을 잡는 차원”이라며 “산은의 자금 집행은 행정부의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나 산은 입장에서는 입법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