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는 KTㆍ스카이라이프, 논의 결과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서 도태 또는 경쟁
유료방송 시장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가 22일 국회에서 논의된다. 합산규제가 유료방송시장의 틀을 바꿀수 있는 만큼 강력한 규제인 만큼 재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IPTV(인터넷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시장에서 KT와 KT 스카이라이프의 독주를 막기 위한 장치였다. 지난해 6월, 3년 기한이 끝나 일몰됐지만, 곧바로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재논의가 시작됐다.
KT 진영(KTㆍ스카이라이프)에선 이번 논의 결과가 향후 유료방송 사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KT는 사실상 케이블TV 업체를 포기해야한다.
현재 KT(20.67%)와 스카이라이프(10.19%)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30.86%으로 케이블 업체를 인수하면 33%를 넘기 때문이다.
KT는 케이블 업계 3위인 딜라이브(6.45%)를 잠정 인수 대상 업체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합산규제 예정대로 폐지해야 유료방송 경쟁력 높아진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연이어 케이블TV 업체 인수를 발표했지다. 반면, KT는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9개월간 제자리 걸음에 그치면서 유료방송 시장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공식 발표하고 정부에 기업결합 승인 심사 신청서와 최대주주 및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CJ헬로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3.02%를 품고 24.43%로 업계 4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온다.
SK텔레콤도 지난달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업체인 티브로드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올 상반기까지 본 계약을 맺은 뒤 정부 심사를 신청해 연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SK브로드밴드는 점유율 14%에서 23%까지 상승한다.
업계에선 전통적 유료방송만을 대상으로 하는 합산규제가 OTT 중심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일방향이던 미디어는 방송과 시청자가 서로 소통을 하는 양방향 서비스로 변화했는데 합산규제는 낡은 제도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방송시장의 경계도 통신 사업자로 범위가 확장되며 무너지고 있다”면서 “점유율 제한으로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미국도 유선방송 사업자들의 점유율 상한선을 30%로 규제했다. 그러다 2009년 미국 유선방송사업자 컴캐스트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점유율 상한선을 폐지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유료방송시장은 초대형 M&A를 성사시키면서 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2위 통신업체 AT&T는 미디어시장 3위 업체 타임워너를 합병했고 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인수했다. 컴캐스트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를 인수했다.
◇정부 합산규제 유지 반대입장, 여당 내부서 의견 갈려 진통 예상= 지난 1월 과방위가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산규제 도입에 대한 업계ㆍ학계 찬반 의견을 수렴한 뒤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강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KT는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강화 방안'을, 과기정통부 역시 '위성방송의 공적 책무 강화 방안'을 제출한 상태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검토한 뒤 22일 각자의 의견을 낼 예정이다.
한편, 여당 일부에서 합산규제에 도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합산규제 및 점유율 규제 재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위원은 "합산규제는 시장 변화와 발전을 제약하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공정경쟁과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 상생을 도모하는 장치"라며, "합산규제가 일몰된 현재 IPTV가 케이블TV SO를 인수하게 되면 최대 66%까지 가입자 점유가 가능하다"며 이의 재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