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전쟁에서 애플이 침묵하는 이유

입력 2019-03-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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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이 차세대 고속통신 규격 ‘5G’ 경쟁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화웨이테크놀로지가 연내 5G 제품 출시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애플은 1일(현지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 불가피한 5G 경쟁에서 애플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7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박람회 기간 참관객들이 화웨이 부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바르셀로나/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은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휴대폰 박람회 ‘MWC’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MWC 2019’에서는 유독 애플의 부재가 부각됐다. 경쟁사들이 5G 지원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애플의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 3위 화웨이는 물론 샤오미와 오포 등 신흥기업들까지 5G 스마트폰을 전시하며 2019년부터 상용화가 시작되는 5G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애플의 주주총회에서도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서 5G 전략은 거론되지 않았다. 34년간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한 주주가 “제품 개발에 있어서 충분한 리스크를 취하고 있느냐”고 쿡을 다그치기도 했다. 쿡은 “많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신문은 애플이 5G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는 건 특허 분쟁으로 관계가 악화한 퀄컴으로부터 5G 대응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퀄컴의 특허 사용료 설정이 비합리적으로 높다며 2017년 1월에 퀄컴을 제소했고, 그때부터 양사는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5G 스마트폰은 대부분이 퀄컴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퀄컴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5G 스마트폰을 개발한 건 산하에 반도체 메이커를 거느린 화웨이 뿐이다. 퀄컴을 대체할 인텔은 개발이 더뎌 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애플이 5G 단말기를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애플도 통신 반도체의 자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쿡 CEO는 “지금 반도체에 투자했다해도 시장에 나오려면 3~4년은 걸린다”며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자율주행 및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5G를 절호의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하는 줄리 화이트는 “5G와 클라우드의 연계는 사업의 폭을 넓힌다”고 말했다.

이처럼 5G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은 애플은 5G 시대의 응용력에서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클라우드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구글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까지 감안한 안드로이드 개발을 서두르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PC시대를 저물게 한 것처럼 5G 시대에는 스마트폰도 힘을 잃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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