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패한 ‘분양원가 공개’ 되살린 정부

입력 2019-0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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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다음 달 중순부터 공개된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주택법의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종전 12개에서 62개로 대폭 늘어난다.

정부의 분양원가 공개는 한마디로 민간 건설업체들이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추라는 요구다. 분양가에 대한 항목별 까다로운 검증을 통해 가격 거품을 없애면 분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고, 주변 아파트 시세 하락을 불러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논리다. 당장에는 분양가가 어느 정도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시행됐던 이 제도는 많은 논란을 빚었고, 주택시장의 부작용만 키운 실패한 정책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분양원가 공개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공공택지에 대한 분양가격 공시정보 항목을 61개로 늘리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이후 건설회사들의 주택 공급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집값과 전세가격이 폭등했다. 원가공개가 분양가 인하로 이어졌다는 증거 또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2012년 공시정보를 12개로 줄이면서 분양원가 공개는 폐지됐다. 이번에 예전대로 되돌린 것이다.

원가공개 항목은 현재 택지비(3개), 공사비(5개), 간접비(3개), 기타비용(1개)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는 택지비에서 기간이자가 추가되고, 공사비는 토목과 건축, 기계 및 전기설비 등 각 분야에서 51개 항목으로 세분화된다. 간접비도 분담금 및 부담금, 보상비 등 3개가 더해진다. 이 경우 설계명세를 비롯한 자재비와 인건비 등 자세한 공사원가, 원·하도급 가격 등의 내역이 낱낱이 드러난다. 주택업체의 영업비밀을 모두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민간 기업의 자유로운 사업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경제의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어떤 제품이든 가격은 시장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정상이다. 원가 또한 기업의 생산성이나 기술력, 금융비용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적정원가의 기준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이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면 기술혁신 등을 통한 품질개선, 원가절감의 유인(誘因)이 사라진다. 부실공사의 우려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공공택지의 분양원가 공개는 민간택지 주택 분양가의 적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오고 원가공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영업은 위축되고 공급 축소를 불러올 게 뻔하다. 이미 침체가 뚜렷한 건설경기가 더 가라앉는 건 이 정부의 별 관심사가 아니니 그렇다 쳐도, 가장 큰 문제는 주택공급 감소로 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집값을 잡는 것이 아무리 급해도 인위적인 가격통제 정책은 실패한다. 그 피해는 결국 주택 수요자들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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