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황금돼지해' 맞아 1월 가볼 만한 곳 선정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 돼지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집이 돼지를 길렀고, 돼지꿈은 길몽이라며 크게 반겼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돼지가 새끼들을 품에 안고 젖을 빨리는 사진을 걸어놓거나, 새해 첫 돼지 날(上亥日)에 문을 열어놓는 등 돼지를 부와 복의 상징으로 여겼다. 돼지해를 맞아 행운과 재운이 따르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해 '돼지 투어'를 추천한다. (3편 끝)
행운의 상징인 돼지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모았다면, 직접 보는 일만 남았다. 휴식을 위해 떠난 김에 복덩이 돼지를 만나 좋은 기운을 얻어오자. 우리 조상들과 돼지의 오래된 인연을 모아놓은 박물관과 귀여운 돼지가 미끄럼틀을 타는 돼지 쇼까지 보고 나면, 온 마음이 훈훈해진다. 아이를 위한 체험지로만 생각했던 돼지 여행이 어른들의 추억 여행으로 바뀐다. 세 번째 '돈(豚·돼지)투어' 주제는 '손끝으로 느끼는 돼지 기운'이다.
◇ 돼지가 더럽다고? 직접 만나 확인하면 되지 = 경기 이천시 율면에 위치한 '돼지보러오면돼지'는 돼지를 위한 동물원이나 돼지 테마파크가 아니다. 돼지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더 나아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 농장이다. 돼지를 주제로 꾸민 공간은 전 세계에서 독일과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돼지는 어떤 동물일까? '돼지' 하면 대개 지저분하고 게으른데, 맛있는 고기를 주는 동물이라는 생각한다. 똥오줌이 뒤섞인 축사에서 오로지 고기를 위해 6개월 동안 살다 가는 돼지를 주로 봐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명이 10~15년인 돼지는 잠자리와 화장실을 구분하는 똑똑한 동물이다. 지능지수가 70~85로 개보다 훨씬 높다. 말만으로 돼지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법. 직접 만나 확인해야 돼지의 참 매력을 알 수 있다.
◇ 돼지가 뽑은 복권 번호를 기억해 = 돼지보러오면돼지는 지난 2011년 이종영 촌장이 조성했다. 축산학을 전공한 이 촌장은 돼지인공수정센터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다친 수퇘지를 내보내면서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프랑스의 테마 교육 농장에서 양을 키우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는 꿈도 키웠다. 그 결실이 돼지박물관, 문화·홍보관, 공연장, 소시지 체험장, 카페와 식당, 치유정원 등으로 나타났다.
돼지 공연과 소시지 만들기 체험은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하루 4회씩 진행한다. 돼지 공연에서는 때랭이, 봉자, 까미, 라이언 등 미니돼지 5~6마리가 재주를 보인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니돼지 가운데 똑똑한 녀석을 훈련했다.
때랭이는 관객과 함께 볼링 대결을 펼치고, 봉자는 조련사의 움직임에 따라 가랑이 사이를 오가며 관객과 뽀뽀도 한다. 까미는 재빠르게 장애물을 넘는다. 코로 공을 굴려 골대에 넣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정리하거나, 가방에 들어갔다가 숫자에 따라 가방을 탈출한다.
하이라이트는 라이언의 복권 추첨이다. 라이언이 숫자 6개를 뽑아서 알려주는데, 관객은 이 숫자를 메모하며 복권을 꼭 사야겠다고 다짐한다. 올해가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인 만큼 행운을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 돼지 체험 끝판왕이 여기 있다 = 40분 남짓한 돼지 공연이 끝나면, 돼지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먹이통을 두드리면 미니돼지 수십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관객은 먹이를 먹는 돼지를 쓰다듬으며 교감하고, 갓 태어난 새끼 돼지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진한 쌍꺼풀이 있고 사람 눈을 빼닮은 귀여운 모습에 돼지가 지저분하다는 편견은 이내 사라진다.
길이 10~15cm 위너 소시지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 뒷다리 살에 녹말과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육류 95% 이상의 건강한 소시지다. 손으로 반죽하면 오염되기 쉽고, 열에 약한 고기의 특성상 유수 분리 현상으로 육즙이 빠져나간다. 체험장에서 준비해 숙성시킨 반죽을 압축기에 넣고 손잡이를 돌려 케이싱에 넣으면 된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육가공식품의 현실과 올바르게 선택하는 방법도 알려줘 유익하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좌우로 돼지박물관과 문화·홍보관이 있다. 문화·홍보관에는 돼지 관련 정보가 가득하다. 인간과 함께한 돼지의 역사와 의미, 고사 지낼 때 돼지머리를 올리는 이유와 돼지 저금통의 유래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돼지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돼지박물관에는 이종영 촌장이 20여 년 동안 23개 나라를 돌며 수집한 돼지 소품과 공예품, 미술품 1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 돼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 돼지가 한낱 미물이라도 생명이란 점을 깊이 전해주는 곳이 있다. 치유정원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와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차분히 걷다 보면 한쪽에 ‘돈혼비(豚魂碑)’가 보인다. 검은 비석에 구제역으로 희생된 수많은 돼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다는 문구가 있다. 천사의 날개를 단 돼지 벽화도 희생된 돼지를 기리는 것이라 한다.
돼지보러오면돼지에는 줄잡아 50여 마리 돼지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행복하게 산다. 치유정원 주변에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돼지들이 고이 잠들어, 돼지를 경제동물이 아니라 한 생명으로 여기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 미끄럼틀 타는 제주 흑돼지 볼래?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제주 속 작은 제주’라 할 만큼 제주다운 것을 한데 모은 향토 공원이다. 휴애리는 쉴 휴(休), 사랑 애(愛), 마을 리(里) 자를 써서 '휴식과 사랑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봄 매화, 여름 수국, 가을 핑크뮬리, 겨울 동백 등 1년 내내 꽃이 핀다. 제주의 독특한 주거 문화와 재래식 화장실, 물허벅, 묘를 보며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산 이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이곳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미끄럼틀 타는 새끼 돼지를 만나는 '흑돼지야 놀자'다. 귀여운 흑돼지 20여 마리가 미끄럼틀에 아장아장 올라가 신나게 내려오는 모습이 깜찍해 '엄마 미소'가 절로 흐른다.
처음엔 아이들이나 좋아하겠거니 심드렁하던 어른도 까맣고 통통한 몸매를 뽐내며 종종걸음치는 새끼 돼지를 보는 순간, 그 매력에 푹 빠진다. "돼지가 이렇게 귀여운 동물인지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공연장 입구 무인 판매대에서 구입한 당근을 건네자,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모여든다.
다음 출연자는 거위 떼다. 대기하던 새하얀 거위들이 뒤뚱뒤뚱 올라가 날개를 퍼덕이며 미끄럼 타는 모습이 진풍경이다. 소심한 거위 한 마리가 미끄럼틀 위에서 발을 내디딜까 말까 주춤거리자, 폭소와 응원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공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시작한다. 흑돼지 모양 빵을 파는 매실토굴과 곤충테마관을 지나면 흑돼지쇼장이 있다.
◇ 제주에서 만난 맛의 향연 = 돼지는 가축으로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저렴한 돼지고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식재료. 특히 제주 재래종 흑돼지는 개량종 돼지보다 육질이 쫀득하고 풍미가 좋다. 고기국수, 돔베고기, 몸국(모자반국) 등 돼지고기를 이용한 향토 음식이 여럿이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가까운 표선면 가시리에 가면 제주 전통 순대를 넣은 순댓국을 맛볼 수 있다. 육수는 걸쭉하고 검붉은 색을 띠며, 선지에 메밀가루와 밀가루, 쌀을 넣어 만든 순대는 쫀득하고 찰기 있다. 선지로 착각할 만큼 색도 짙다. 두루치기도 인기 메뉴다. 버너에 고기 먼저 익히다가 채 썬 대파와 콩나물무침, 새콤한 무생채를 넣어 마저 익힌다. 상추에 고기와 채소, 함께 나온 멜젓(멸치젓)을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