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자율주행 출근길
◇출근 준비하며 전기차 자동충전 지시 = 2029년 1월 어느 날 아침. 여전히 바깥 날씨는 차갑다. 요즘 시대는 늦잠을 자거나 지각할 일이 별로 없다. 방 한가운데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비서가 알람을 대신한다. 낭랑한 목소리로 오늘 일정을 읊어주고 날씨와 주요 뉴스까지 알려준다. 기상 때 편안한 음악을 골라서 들려주기도 한다. 잠에서 깨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인공지능 비서에게 물었다. “전기차 충전 상태 체크해줘” 잠시 뒤 “충전상태 62%”라는 답변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갤럭시 홈’ 서비스인데 집안에서 자동차를 컨트롤할 수 있고, 현재 상태 등을 알려준다.
오늘 일정을 보니 전기차 충전 상태가 아슬아슬하다. 오전에 충남 세종시에 기자간담회를 다녀와야 한다. 세종시까지 왕복할 만큼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모른다. 동료 여럿을 태우고 함께 이동해야 한다. 경로가 늘어나고 주행 상황도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
혹시 몰라 AI비서에게 “자동 충전”을 주문한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일반 주차공간에 머물러 있던, 나의 똘똘한 전기차는 스스로 천천히 이동해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곧 알아서 충전한다.
충전을 100% 마치면 다른 전기차를 위해 공간도 비워준다. 2018년에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기술인데 10년이 지난 요즘은 일반화됐다. 참 신기하고 기특하다.
2029년이 되니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보유 대수도 800만 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가 절반 이상이다. 주차장의 절반은 아직 전기차 충전기가 없는 일반 주차장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는데 전기차를 타면서 히터를 켜면 배터리 소모가 급격하게 빨라진다. 자연스레 총주행 거리도 줄어든다. 결국 해결 방안은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리는 게 유일하다. 2029년이 됐지만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짐을 챙기면서 ‘삼성 갤럭시 홈’에게 명령을 내린다. “차에 히터 좀 미리 켜줘! 날이 차갑네.”
◇차 앞 유리 통해 여러 명과 화상통화 = ‘카풀’을 위해 동료들을 한 명씩 태우러 이동하고 있다.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하고 영상통화를 시도하자 차 앞 유리에 여러 명의 얼굴이 투영된다. 예전 같았으면 단체 메시지 방에 출발 사실을 알렸거나 하나하나 전화를 돌렸을 텐데. 참 좋아진 세상이다.
일행을 모두 태우고 세종시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편도 6차선의 오른쪽 한편에 전기차들이 줄지어 달리는 중이다. 이들은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굳이 하위 차선을 고집하고 있다. 미처 집에서 충전을 100% 채우지 못한 전기차들이다.
이들은 하위 차선에 마련된 ‘충전 차로’를 달리고 있는데 도로 아래에 깔린 충전기를 통해 무선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충전이 부족한 전기차에 유용한 기술이지만 요즘 불만이 많다. 달리면서 충전하는 탓에 “충전 속도가 느려 터졌다”는 불만이 많다. 정부가 이런 것은 좀 감안해줬으면 좋겠는데….
자율주행이 시작되자 앞유리에 증강현실(AR) 화면이 뜬다. 전방 도로 상황은 물론 현재 속도와 내비게이션 등이 두둥실 떠 있다. 2019년 CES에 현대기아차가 공개한 기술이다. 커오던 시절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는 이런 화면을 보려면 3D 안경을 썼어야 했다.
그 순간. 뒷자리 동료들이 무료함에 하품을 뿜어댄다. 차 안에 다양한 기술이 담겼는데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음성 명령 하나로 차 천장에서 스르륵 화면이 내려온다. 돌돌 말려있던 TV모니터가 1열과 2열 사이로 내려오며 커다란 화면으로 변했다. 2019년에 LG전자가 처음 선보였다는데 당시에는 ‘롤러블TV’라고 불렀다고 한다. 애초 가정용 TV에서 시작한 롤러블TV는 이제 자동차 안까지 스며들었다.
2029년. 자동차를 중심으로 변화한 우리 시대는 인간이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호모데우스’ 시대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