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등 자율협약 2년 연장…연내 자산매각 통해 유동성 확보 압박
산업은행 등 한진중공업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연내 동서울터미널과 율도부지 매각을 추진한다. 한진중공업과의 자율협약을 2년 연장하면서 수빅조선소 기업회생 절차 신청 등 악재가 발생함에 따라 유동성 확보를 재촉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등 한진중공업의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2년 연장하고 변경 약정서에 한진중공업의 동서울터미널과 잔여 율도부지 매각을 올해까지 특정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미 채권단에서는 관련 내용을 협의한 상태”라면서 “조만간 한진중공업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단이 자산 매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한진중공업의 유동성 확보가 경영 정상화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과 율도부지 모두 비운영 자산”이라며 “이를 매각해 얻은 자금으로 일부 채권을 상환하거나 나머지 운영에 투입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자산의 가치를 70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중공업은 2016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당시 약정 기간은 2018년 12월 말까지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유동성 위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진중공업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1조 원 넘게 많은 수준이다.
이에 채권단은 작년 12월 26일 자율협약 기간을 2020년까지 2년 연장했다. 당시 채권단은 채권을 유예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변경약정서를 2월 28일까지 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종속기업이자 필리핀 현지법인인 HHIC-Phil Inc.(수빅 조선소)의 경영난이 자율협약 종료를 연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0년 동안 이어진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량 감소와 선가 하락 등의 여파다. 현재 수빅조선소 수주 잔량은 10척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빅조선소의 순손실은 상반기에만 484억 원에 달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수빅조선소의 자산은 1조8092억 원, 부채는 9375억 원 규모다.
더구나 올 초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앞으로 한진중공업의 유동성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추가 손실을 6000억 원 내외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도 “수빅의 보유지분 가치를 감안하면 작년 한진중공업은 자본잠식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추가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