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경기회복에 기존 노동 형태 복귀…긱 이코노미 파악할 양질의 데이터도 부족
긱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경제 형태를 놓고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결점이 있는 데이터 등에 의해 그 영향력이 과장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앨런 크루거 교수와 하버드대학의 로런스 카츠 교수는 자신들의 2015년 조사가 긱 이코노미를 과대평가했다며 이를 수정하는 새로운 논문을 내놓았다. 두 교수는 긱 이코노미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등장 등으로 근로자들이 단기 계약을 통해 자유롭고 자율적인 새로운 업무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그러나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긱 이코노미에 따른 고용시장의 변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에 직접 고용돼 있지 않는 긱 이코노미 근로자는 노동부 통계에서 ‘독립 계약자’에 포함된다. 2017년 5월 기준 전체 취업자에서 ‘독립 계약자’ 비율은 6.9%로, 오히려 2005년 2월의 7.4%에서 낮아졌다.
크루거와 카츠 교수는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진단했다.
첫 번째는 경기침체 여파가 여전했던 2010년대 초반에는 오랫동안 고용시장이 위축된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긱 이코노미가 팽창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긱 이코노미에 속한 활동 대부분은 미국의 노사관계를 둘러싼 항구적인 변화의 전조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찾은 임시직이었다. 경기가 회복하면서 근로자들은 익숙한 기존 노동 형태로 돌아갔다.
둘째로 긱 이코노미를 측정하는 조사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부는 한 근로자가 여러 개의 직업을 겸직한 경우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렇게 긱 이코노미가 과대 포장된 이유를 짐작하기도 어려웠다고 WSJ는 지적했다. 긱 이코노미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거의 없었기 때문. 노동부는 2005년 이후 독립 계약자나 부정기 근로자, 파견직원, 협력업체 직원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취업을 조사하고자 거듭해서 예산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긱 이코노미 직업 대부분이 대체취업 형태에 속한다.
우버 운전기사들의 자유로운 근무 방식이 눈길을 끌면서 크루거와 카츠 교수가 긱 이코노미 가능성에 주목한 첫 논문을 발표한 2015년까지 상당한 수의 기업이 다양한 산업에 긱 이코노미를 적용하려 했다. 여전히 최근 10년간 유용한 데이터는 수집되지 않았다.
두 교수는 자신들의 과거 분석조차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크루거 교수는 “새로운 증거를 조사한 결과 카츠와 나는 지난 10년간 전체 취업인력에서 비전통적인 근로자 비율이 완만하게 높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당초 우리가 분석했던 5%포인트 확대가 아니라 아마도 1~2%포인트 상승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이전에 2005~2015년 긱 이코노미 종사자가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7%에서 15.8%로 높아졌다고 추산했다.
조사 자체에도 결함이 발견됐다. 두 교수가 과거 노동부의 설문 문항 답변을 상세히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배우자에 대한 질문에 부업을 언급한 예가 극히 적었다. 아울러 두 교수는 자체 설문조사와 노동부 결과를 같이 놓고 비교했는데 자신들의 조사에는 배우자 항목이 없어 오차가 클 수밖에 없다.
카츠 교수는 “이런 요인은 우리의 당초 비교를 왜곡하고 있었다”며 “장기간에 걸쳐 노동 트렌드를 측정하려면 일관된 조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기업이 그때그때의 수요에 따라 근로자를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뜻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 인기가 치솟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연주자들과 단기 계약을 맺던 것을 뜻하는 ‘긱’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