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 5년 만에 정부 승인...실적부진·무역분쟁 등 타이밍 안 좋아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안이 이달 7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본위원회를 최종 통과하기까지는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전투 비행 방해 △인구 분산 걸림돌 △집값 상승 우려 등의 이유로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제동을 걸어 3차례나 고배를 마셔야 했으며 봉은사 일조권 침해 논란까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 승인은 여러 파고를 극복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현대차의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최적의 타이밍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GBC 사업은 . 향후 서울시 건축허가, 굴토심의 등을 거쳐 이르면 올 상반기 착공이 가능하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매입비용 10조5500억 원)에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짓는 대규모 신사옥이지만 건립비용 3조7000억 원과 그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우선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3조7000억 원에 달하는 건립비용은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이 수년에 걸쳐 함께 지불하기에 큰 부담은 없다. 다만 영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GBC사업은 현대차그룹의 재무적 상황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차 순이익 전망치는 3420억 원, 2020년 3579억 원으로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가폭이 크지 않으며 2015년(7609억 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5년간 연간 판매 실적을 보면, 2014~2015년까지만 해도 연간 800만 대가 넘었지만, 2016년 788만 대, 2017년 725만 대 등 판매 규모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역시 11월 누적 기준 675만 대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올해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1.0% 감소, 글로벌 판매는 0.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비우호적인 환경은 현대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자동차 25%관세 부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또 미국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문제도 걸려 있다. 통상임금 1심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기아차는 10년간 정기상여금 등에 대한 소급분 약 4조4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GBC 준공 이후 ‘공실률’에 대한 우려감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서울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9%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GBC 착공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선 착공 지연으로 매년 지불해야 했던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자손실 및 세금 등)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 계열사 15곳이 GBC에 모두 입주할 경우 기존에 각각 지불해야 했던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경제 등락에 따라 GBC 건설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