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상가 소유 명의를 빌려줬다가 매각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 아들에 대해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선영 판사는 A씨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2015년 귀속 양도소득세 4642만 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경매를 통해 서울 동작구 소재 상가를 낙찰받아 1억9800만 원에 매입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B씨에게 상가를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관악세무서는 상가 양도가액을 3억8000만 원, 취득가액을 1억9800만 원, 필요경비를 916만 원으로 산정해 2016년 A씨에 대해 2015년 귀속 양도소득세 5009만 원(가산세 포함)을 결정·고지했다. A씨가 취·등록세와 전 소유자의 체납관리비도 필요경비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의신청하자 세무서는 이를 받아들여 4642만 원으로 감액 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에 불복해 2017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고, 심판청구가 기각된 뒤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상가는 아버지가 명의를 빌려 경락받은 것으로, 신용불량자였던 아버지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준 뒤 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상가를 이전해 준 것에 불과하고, 양도대금 역시 모두 아버지에게 귀속돼 상가 양도로 소득을 얻은 바가 없다”며 “실질과세원칙에 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김 판사는 A씨 아버지가 A씨의 위임장을 받아 상가 경매절차에 참가했고, 대출을 위한 필요서류를 직접 준비했으며, 대출금 이자를 부담한 점 등을 바탕으로 상가 매입도 A씨 명의를 빌린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봤다. A씨의 아버지는 신용불량자로서 2009년부터 A씨 명의의 은행 계좌를 사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A씨 명의를 빌려 경제활동을 해왔다.
더불어 △상가에 관한 사업자등록·임대차계약 등이 이 A씨 명의로 이뤄졌으나 신청은 A씨의 아버지가 한 점 △임대수익도 A씨 아버지가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 △상가 양도 역시 A씨 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토대로 상가에 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처분권이 A씨에게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