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나타난 '문화파출소', 지역 문화예술 중심지 됐다

입력 2018-12-27 17:49수정 2018-12-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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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KT스퀘어홀 '2018 문화파출소 오픈포럼'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이 안으로 아예 들어오지 못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파출소라서 정문으로 못 들어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차로 건물 주위를 몇 바퀴나 도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제는 자유롭게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것을 보면 지역 주민들에게도 친숙한 공간이 됐다는 것 아닐까요?"

문화파출소 강원춘천에 근무하고 있는 정은경 씨는 2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진행된 '2018 문화파출소 오픈포럼'에서 문화파출소의 3년간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화파출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기초 생활권 주민 접근성이 높은 치안센터를 주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목적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말 그대로 파출소에 문화예술 사업이 가미된 프로젝트다.

전 국민이 일상적 삶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됐으나 첫 설립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이름도 모습도 생소한 문화파출소가 지역으로 스며들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2016년 6월 서울시 수유동에서 문화파출소 강북이 첫 개소했고, 현재 전국 9개소의 문화파출소가 운영되고 있다.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이 27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홀에서 열린 '2018 문화파출소 오픈포럼'에서 3년간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ksh@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은 이날 문화파출소의 3년간의 가치에 대해 "문화예술교육이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치안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네 치안을 담당하는 공간에서 문화예술이 꽃피는 사랑방으로 변신했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문화파출소가 주민 누구나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열린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되면서 사회 포용성을 제고하게 됐다. 지역 치안행정을 담당하는 유휴공간이 부처협력을 통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 것 역시 '지역 공동체 문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다.

최 본부장은 "지역주민, 관계자, 참여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화파출소와 가장 잘 어울리는 형용사로 '친근하다', '열려있다'가 뽑혔다"며 "다양한 문화예술과의 접점, 지역주민과의 관계 형성, 심리적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유휴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는 많았으나, 경찰관계자(치안센터장)와 문화예술교육기획자(문화보안관)가 함께 상주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은 드물다. 문화파출소에 상주하는 경찰과 문화예술 전문가의 협업은 사회적 약자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범죄 피해 어르신들의 심리를 치유하는 등의 성과를 낳았다.

▲서지혜(왼쪽) 인컬쳐컨설팅 대표가 좌장으로 나선 이날 주제 포럼에서 문화파출소 전남여수 박기연(오른쪽에서 세번째) 경장이 '사회적 약자 주거 환경 개선'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ksh@

문화파출소 강원춘천 임정진 경사는 "환경을 변화하기만 해도 심리가 치료될 수 있는 대상자가 부명히 있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런 것들을 판단해 문화파출소를 통한 심리 지원이 이뤄지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현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은 "내년에도 문화파출소가 연장 진행된다"며 "경북 영주를 비롯해 문화파출소를 벤치마킹한 지역 문화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봤다. 2020년에는 지역에서 어떤 식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조금더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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