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차장
개소세 인하는 곧 GDP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GDP는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가 일정 기간 생산한 재화의 부가가치를 더한 것인데요. 여기에는 민간소비, 즉 고가의 소비재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 구입도 포함됩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소비재인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차 회사는 물론 부품사 수익도 커집니다. 해당 업계 근로자의 수익활동이 원활해지고, 이들이 또 다른 소비를 끌어낸다는 효과도 있는 것이지요. 정부 역시 지난 7월 개소세 인하를 발표하며 “0.1%포인트 수준의 GDP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개소세 인하 종료시점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추가적인 GDP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개소세 인하로 인한 소비 활성화 효과는 정책발표 직후 그리고 종료 직전에 몰리기 마련입니다. 이 기간에 소비가 집중될 수 있도록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가격경쟁력을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실제로 개소세 인하 발표 이후 내수 차 판매는 많이 증가했습니다. 8월 판매 기준, 현대기아차는 전년 대비 7%대 성장세를 기록했으니까요. 그러나 애초 예상했던 올 연말 자동차 소비 활성화는 시들해졌습니다.
개소세 인하 직후인 8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하 기간이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장관의 발언 직후부터 시장 반응이 시들해지면서 판매가 줄었습니다. 실제로 9월 내수 차 판매는 전년 대비 급감했는데요. 전년 대비 영업일수 감소분을 감안해도 내수 판매는 급락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개소세 인하기간 연장’ 발표는 종료 시점을 코앞에 두고 발표해야 극적인 효과를 냅니다. 그래야 추가로 더 많은 소비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번 개소세 인하 정책을 보면 정부의 대응은 안일했습니다.
개소세 인하는 미래 소비를 당겨쓰는 성격을 지녔습니다. 정책 종료 직후 ‘소비절벽’ 우려가 크다는 것인데요. 자동차 구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겠지만 없는 소비를 더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요. 개소세 인하는 종료 시점에서 출구전략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인하 효과도 누리지 못한 채 정부는 개소세 인하 정책의 출구 전략만 고민하게 됐습니다. 장관은 물론 주무부처 역시 발언 하나에도 신중해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