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위기 맞은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시장 혼란 초래 ‘자충수’

입력 2018-12-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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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CEO들과의 회의·워킹그룹 소집에 투자자 불안 더욱 고조…트럼프 신뢰 잃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1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므누신 장관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달래고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므누신의 이런 행보는 오히려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자충수’가 됐다.

뉴욕증시가 24일(현지시간) 사상 최악의 ‘크리스마스이브 악몽’을 맞은 가운데 블룸버그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 모두 므누신을 그 주범으로 지목했다.

블룸버그는 므누신이 재무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해 이를 억제하고자 나섰지만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므누신이 증시 하락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노가 향할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CNN방송은 트럼프 정부가 시장과 경제에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 뉴욕증시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공격했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며 “연준은 시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무역전쟁 필요성 또는 강달러나 멕시코와의 국경과 관련된 민주당발 셧다운(정부 부분 업무중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연준은 힘이 세지만 퍼팅을 못 하는 골퍼와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날 시장 혼란의 주원인은 트럼프가 아니라 므누신에게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의 연준에 대한 비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어서 그보다는 이례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던 므누신에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므누신은 전날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미국 6대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전화통화를 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월가 CEO들은 므누신의 전화에 당혹감을 느꼈다”며 “시장이 열기 전인 일요일에 통화하는 타이밍은 완전히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과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 주가는 이날 모두 하락했다.

또 므누신은 이날 콘퍼런스콜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대통령 워킹그룹’을 소집했다. 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전체 미국 금융감독기구 리더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당국자들은 셧다운 상황에서의 시장 모니터링 조치들을 설명하면서 아직 시장에 이상 징후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워킹그룹 소집만으로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워킹그룹이 처음 세워진 것은 ‘블랙먼데이’가 일어났던 1987년이다. 마지막으로 소집된 것은 10년 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코웬앤드컴퍼니의 재럿 세이버그 애널리스트는 “미국 재무부가 시장이 놓친 문제들을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며 “므누신은 대형 은행들과 논의하는 것은 물론 크리스마스이브에 모든 금융당국자와 얘기를 나눴다. 이런 움직임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 경제는 견실한데 취약한 리더십으로 온건한 경제적 충격이 커다란 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므누신은 월가 CEO들에게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요구하면서 오히려 시장에 더 많은 피해를 끼쳤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므누신의 ‘오두방정’에 투자자들이 긴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이 이제 므누신으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므누신 해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의장 해임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시장 혼란 책임을 므누신에게 물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주가를 자신의 대통령 성적을 판단하는 지표로 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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