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트럼프의 판정승…공동성명, ‘보호주의’ 명기 않는 등 반쪽 타협

입력 2018-12-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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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이민정책 등에도 미국의 입장 반영…G7·APEC의 성명 채택 실패 의식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본회의를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모양새를 연출했다.

G20은 1일(현지시간) 정상회의를 마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현재 전 세계 무역긴장의 시발점이 된 보호주의가 명기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미국의 입장이 나타났다.

성명은 세계무역기구(WTO) 개선을 촉구하고 난민과 이민정책에 있어서는 원칙적인 언급만 있는 등 미국의 입장을 거의 대부분 반영했다.

무역과 기후변화 등을 놓고 미국과 다른 19개국 정상이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나는 참사를 피하고자 G20은 반쪽짜리 타협으로 갈등을 봉합한 셈이다. 이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가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FT는 G20 정상회의 1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들이 성명에 서명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예년만 해도 이런 공동성명은 큰 문제없이 이뤄지는 의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정부는 다자간 회의와 국제기구의 존재의의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동성명이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했다. 지난달 18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1993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G20 정상들은 무역 갈등과 기후변화 이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등 온갖 복잡한 이슈 속에서도 공동성명을 채택하고자 힘을 모았다.

G20에 참석한 한 미국 관리는 폐막 후 “WTO 개혁 등이 포함되는 등 공동성명은 미국의 목적을 많이 충족했다”며 “미국에 위대한 하루”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올해 공동성명은 세계 경제에 대해서 “강력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동반 성장의 흐름은 약화하고 있다”며 “금융 부문의 약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성명은 “무역과 투자는 성장과 생산성, 혁신, 일자리 창출과 발전의 중요한 엔진”이라며 “현재의 다자무역체제가 공헌한 바를 인정하지만 개선할 여지가 있다. 이에 WTO 개혁을 지지한다”고 명기했다. 다만 WTO 개혁에 대한 각국의 이견이 반영돼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의 반대에 ‘불공정한 거래’라는 단어도 빠졌다. 대신 철강 과잉공급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내년 6월 차기 G20 정상회의에 제출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성명은 “파리협정조약국들은 동 협정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완전한 이행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결정을 재확인하는 한편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원과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민과 난민 사태가 발생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결과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를 표명했지만 어떠한 구체적인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고 WSJ는 지적했다. 반(反) 이민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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