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형 일자리’ 없던 일 하고 딴 곳 옮겨라

입력 2018-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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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멀어지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이번 주 마지막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진전이 어려워 보인다. 내년 정부예산에 사업비를 반영하려면 국회 예산안 처리시한인 12월 2일 이전까지 합의돼야 하는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결국 물 건너가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이 사업에 공들여온 여당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광주가 안 되면, 군산 등 다른 원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형으로 전환해 지역을 옮기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미 사업의 근본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 방향으로 뒤틀렸다. 이 프로젝트는 광주시의 제안이었다. 현대차가 530억 원을 출자하는 2대 주주로, ‘반값 연봉’의 연산 10만 대 경형 자동차 위탁생산 민관합작공장을 세워 직간접 일자리 1만1000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부·지자체가 주거복지 등을 지원키로 했고, 현대차는 5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현대차는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개선하고, 광주시는 고용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상생(相生)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로 광주시가 임금과 노동시간 등의 조건을 바꾸면서 변질됐다. 원래 ‘주 44시간 근로와 평균 초임 3500만 원 수준’ ‘5년간 임금·단체협상 유예’가 기본 틀이었다. 그런데 광주시는 노동계 요구를 수용해 ‘주 40시간 근무에 4시간 특근비 지급’으로 변경했다. 이 경우 실제 연봉은 4000만 원 이상이 된다. 또 임단협 유예 조항을 없애고, 기업경영에 노조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까지 추가했다.

현대차에는 어떤 메리트도 없는 조건이다. 계획된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는 수익률이 낮아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데, 노조리스크까지 떠안을 상황이 됐다. 상생의 본질은 사라지고 노동계의 기득권만 남은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이들이 주축인 민주노총도 협약 체결 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한다. 자신들 임금의 하향평준화와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그 이유다. 현대차가 투자할 유인(誘因)은 더더욱 없어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상생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이 되고,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해외로 나갔던 다른 업종 공장들도 모국으로 유턴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노조에 발목잡혀서는 지속가능성도, 투자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정부·여당이 협상 타결을 촉구하면서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아예 없던 일로 하고 다른 곳에 공장을 세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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