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날씨는 우리의 삶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안개나 비바람보다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바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에는 양이온 성질의 중금속 성분이 포함돼 있다. 아침 출근길에 뿌옇게 내려앉은 미세먼지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당장 목이 아픈 것 같다.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농도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11월 중순부터 중국의 난방이 본격화하면서 국외의 미세먼지 유입 빈도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OECD는 회원국 중 한국의 대기오염 수준이 가장 나빠 2060년이 되면 회원국 중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적인 피해도 가장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을 “신종 담배”로 규정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을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온 국민이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정부는 최근 세 번째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정책효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는 높지 않다.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환경문제 중 국민 불안도가 가장 높은 것은 미세먼지였다.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2.5%로 2위인 방사능(54.9%)보다 30% 가까이 높았다. 그만큼 정부 정책으로는 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은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편적인 배출원 관리만으로는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깊이 있는 연구와 조사를 기반으로 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 규제보다는 정확한 오염 원인과 영향 등의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 공포’에 새로 취임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이 문제부터 챙기고 나섰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이라고 생각하고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 마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색다른 대안이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원인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그에 걸맞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