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1000개 기업 중 400여 곳 주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뉴욕증시, 올해 상승분 전부 반납
증시에서는 고점 대비 하락폭이 20% 이상이 되면 고가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서는 경향이 강해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들어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도이체방크는 52주 전고점 대비 하락폭이 50%를 넘었다.
세계 경기둔화 불안이 커진 가운데 그동안 시장 버팀목 역할을 했던 기술주가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특히 올여름까지 뉴욕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이른바 ‘팡(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들이 강한 매도 압력을 받으면서 시장 혼란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뉴욕증시는 전날 이틀째 급락하면서 다우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가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한 상태며 FAANG 종목 모두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다.
애플은 전날 주가가 4.8% 급락한 176.98달러로 5월 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달 3일 232.0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나서 지금까지 23.7%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의 로드 홀 애널리스트가 아이폰 수요 약화를 지적하면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이 애플에 악재로 작용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 7월 30일 약세장에 진입해 FAANG 종목 중 가장 긴 약세장을 겪고 있다.
FAANG 종목 전부가 약세장에 진입한 것이 투자자들에게 의미하는 바에 대해 재니몽고메리스콧의 댄 완트로브스키 기술 애널리스트는 “지난 수년간 시장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었던 FAANG 기업들의 리더십 상실로 미국 증시 전반이 고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주요 부품 공급사인 일본의 TDK와 무라타제작소도 전고점 대비 20~30% 하락하며 약세장에 들어선 상태다.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관련주도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애셋매니지먼트원의 나가이 모토시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증시가 무너진 계기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을 배경으로 주가수익비율(PER) 등 투자지표에서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의식하게 된 것”이라며 “또 애플 제품 판매 둔화와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 실적 부진 등도 잇따르면서 기업 각각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증권의 미우라 유타카 선임 애널리스트는 “기술주는 지금까지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만큼 이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많아 주가가 하락하면 매도세가 나오기 쉽다”며 “최근 하이테크 종목의 약세는 그만큼 이전 강세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와 존슨앤드존슨 등 안정된 실적을 보여준 기업은 최근 주가가 52주 고점을 기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