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류세 인하' 첫날 직영주유소 어디있나요

입력 2018-11-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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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주유소 찾는 운전자 증가…자영주유소 "재고 소진해야 유류세 인하 반영"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사진=변효선 기자)

“평소보다는 손님들이 많았어요. 대부분 (유류세 인하가 오늘부터인 것을) 알고 찾아오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내일이나 모레부턴 본격적으로 손님이 더 늘 것 같네요.”

유류세가 인하된 첫날인 6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S사 직영 주유소는 여느때보다 북적였다. 5명의 직원이 주유하러 오는 차들을 응대하기 위해 계속 뛰어다녔다. 고공행진하던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던 사람들이 한풀 꺾인 기름값 소식에 유류세가 인하되자마자 주유소를 방문한 것이다.이 주유소는 5일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1749원, 1589원에 판매했으나 유류세를 인하한 이날부터 1626원, 1502원에 팔고 있다.

정부는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자 이날부터 내년 5월 6일까지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이번 조치로 휘발유는 ℓ당 123원, 경유는 87원, LPG·부탄은 30원씩 가격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부터 유류세 인하분을 기름값에 반영했다. 전체 주유소의 8% 가량을 차지하는 직영 주유소는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유류세가 인하된 기름값을 내걸었다.

이에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값은 ℓ당 1677.39원으로 전일보다 12.91원 내렸고, 경유 역시 1481.21원으로 14.55원 저렴해졌다. 서울은 휘발유값은 1737.47원, 경유값은 1545.16원으로 각각 36.37원, 38.21원씩 내렸다.

직영 주유소는 대부분 기름값을 낮추자 손님이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을 체감하는 모양이었다. 강남구에 위치한 H 주유소에도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직영 주유소라서 재고에 상관없이 바로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며 “아직 엄청난 차이는 아니지만 손님이 조금 늘었다”고 전했다. 또 같은 지역에 있는 G주유소 역시 쉴새없이 차량이 들어오고 있었다.

최근 기름값이 치솟다 보니 유류세 인하를 바로 반영한 직영 주유소를 일부러 찾아온 운전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 운전자는 “당장 주유해야 해서 왔는데 직영 주유소를 검색해보고 왔다”고 전했다.

다만 유류세 인하가 손님과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역도 있다. 여의도 국회대로에 위치한 G사 직영주유소는 유류세 인하로 인해 손님이 급증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주유소는 휘발유를 ℓ당 1885원, 경유를 1775원에 판매 중이었다. 주유소 직원은 “이 지역 자체가 기름값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 유류세가 인하됐다고 해서 손님이 늘어나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자영 주유소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자영 주유소는 기존에 있던 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아직까지 유류세 인하를 반영하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통상 1~2주분의 기름을 재고로 비축하고 있어 당장 손해를 보면서까지 기름값을 낮추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기존에 있던 재고 소진 여부에 따라 유류세 인하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에 위치한 자영 주유소 관계자는 “우리 주유소를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가 반영된 물량은 오늘 주문을 해도 2~3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인하 효과를 보려면 그 정도 걸릴 것”이라며 “다만 재고 물량이 많이 남아있는 주유소의 경우 그 효과가 더 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영 주유소의 기름값 인하에 아직 유류세 인하를 반영하지 않은 자영 주유소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S사 주유소는 휘발유는 ℓ당 1963원, 경유는 1773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직영 주유소보다 ℓ당 80원 가까이 비싼 가격에 주유를 하려는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아직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손님이 늘었는지에 대한 질문엔 입을 다물었다.

기름값을 낮춘 직영 주유소와 경쟁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기름값을 먼저 낮춘 자영 주유소도 있었다. 광진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우선 가격으로 낮추고 추후에 유류세가 인하된 기름에 유류세를 부과해 팔면 손실을 메꿀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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