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에 내용도 빈약…경유값 대책은 언급도 없어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고유가 대책 관계 장관회의가 열렸지만 이를 지켜본 업계와 시민단체는 '이것이 대책이 맞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28일 회의 직후 국무총리실에서 배포한 자료는 A4용지 2장 분량으로 그나마 기존에 나왔던 제도를 좀 더 연장하거나 이전에 나왔던 대책을 좀 더 앞당겨 시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마저 '당과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 추진한다'는 수준에 그쳐 언제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국회 상황으로 볼 때 그 시기마저 점쳐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일부 여권과 야권에서 요구한 유류세 인하는 검토되지 않았다. 경유에 대한 세금인하가 자칫 부작용만 낳고 효과는 없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책없는' 대책회의
28일 고유가 대책 관계 장관 회의에서 나온 대책의 내용을 정리하면 크게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고유가로 아우성이 일고 있는 서민과 자영업자를 달래는 한편, 범국민적인 절약 운동을 펼치고 아울러 기존에 마련했던 대책들을 앞당겨 시행하는 것 등이다.
우선 정부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달래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제도 도입과 유가보조금 기간연장 카드를 내세웠다.
그러나 유가보조금의 경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기간 연장에 그쳐 당장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대책을 원했던 자영업자로서는 아무래도 멀게만 느껴진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유류세 10% 인하를 추진하다 "대형차를 타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가는 게 아니냐"는 이명박 당선자의 지적에 따라 대안으로 검토해왔던 카드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가스와 전기요금, 난방 등 특정 계층에 직접 현물로 지원하는 제도이다.
결국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해소할 만한 아무 것도 나오지 못했다.
에너지 절약 대책도 마찬가지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기 위해 '정부 및 공공부문 에너지 소비 10% 절약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대기업과 단체 등에도 에너지 절약운동에 자율동참할 것으로 유도키로 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유값 대책은 어디에
한편 기대를 모았던 유류세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으로 이미 화물연대가 고유가 대책과 운송료 현실화를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서고 있고 어업계과 화물차를 생계수단으로 삼아온 자영업자들도 경유값 상승에 손을 놓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경유값 고공행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대책을 요구했지만 이번 대책회의에서 경유 대책은 빠졌다.정부가 내세운 고유가 종합대책 마련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따라 경유값이 (휘발유보다) 더 오른 것인데 세금을 낮추면 효과는 없이 소비만 늘리게 된다"고 밝혔다. 효과가 없는 정책인데 논의조차 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화물연대는 이날 고유가 대책과 관련해 "하나같이 대책이라고 할 수 없고,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안일한 사고"라면서 "현 상황을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