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증권사들은 '반도체 고점론'을 거론하며 추가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지속해서 하락 추세다. 과연 삼성전자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증권가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달 31일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5.5% 증가한 65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0.93% 증가한 17조5749억 원이다.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반도체 부문의 매출액은 24조7700억 원, 영업이익은 13조6500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중 77%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은 55%에 이른다.
이같은 실적 발표에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DB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KB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는 모두 만족하는 모습이다. 사업부문 중 반도체의 실적은 당초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디스플레이는 예상 대비 좋았으며 IM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과 Cost/bit 감소효과가 중국
스마트폰 고객들의 수요 둔화 영향을 상쇄시켰다"며 "디스플레이는 Flexible OLED의 판매량 증가와 이에 따른 평균판가 상승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춘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었던 반도체 부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1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4분기와 1분기는 계절적 특성으로 비수기가 예상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반도체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은 심리적 요인이 큰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서버 업체들의 재고 증가와 함께 가격저항이 관찰되고 있으며, DRAM 시장은구매자 우위로 반전 중"이라며 "설비투자 지연 노력 불구, 선두기업의 공급 증가는 시장 증가율을 앞지르며 향후 마찰적 판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공급과잉이 먼저 시작된 NAND 의 예상보다 빠른 업황 둔화 속도도 문제다. 수요 측면에서 서버 중심 구조적 개선과, 높은 가격 탄력성을 지닌 NAND 는 과거의 통상적 판가하락률 30~40%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비수기, 재고조정, 투자 축소 등이 표면화 되면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높이진 상황"이라며"이에 대한 대답은 Cloud 서비스 업체들과 IDC업체들의 투자가 다시 재개되는 내년 2분기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반등 및 물량 증가에 대한 방향이 확인될 때까지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상회했지만 이후 4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날 컨퍼런스 콜 중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내용이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중반쯤 돼야 2018년에서 2020년까지 3년간의 잉여현금흐름을 점검할 수 있다"면서 "매년 9조6000억원을 배당하기로 한 계획 외에 추가적인 주주환원 검토는 그 때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