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 사회경제부 기자
얼마 전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던 이어폰 너머로 ‘부동산’이란 단어가 들렸다. 옆 테이블에서 여성 2명이 나누는 대화였다.
‘2년 살고’, ‘세금’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 순간 “2년 살지 못할 거면 미리 처분하는 게 나을걸”이라는 말이 들렸다.
종합해보니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를 말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그동안 9억 원이 넘는 집은 거주 기간과 상관없이 10년 이상 보유하면 9억 원 초과분의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깎아줬다. 그러나 내후년(2020년 1월)부터 파는 주택은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워야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9·13대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동생과 마주 앉은 언니는 뉴스를 안 챙겨 본다는 핀잔을 한동안 들어야 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요동쳤다. 서울 집값은 천장을 뚫을 듯 올랐고, 정책 브레이크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최근 부동산 빅데이터 관련 책을 펴낸 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주기는 1.5개월로,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발표 주기인 약 6.5개월보다 짧았다고 분석했다.
그 사이 정책은 쉴 틈 없이 쏟아졌다. “요즘 부동산 뉴스 안 보는구나?”라는 말은 지난 10개월 동안 부동산을 정신없이 쫓았던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기재된 비전과 목표에는 ‘보편적 주거복지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 실현’이 포함돼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2018년도 두 달밖에 안 남았다. 그간 정책이 실수요자를 위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부동산 피로감을 벗고 내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