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회사 안팎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엘리트 직장인 박 씨는 올해로 직장생활 8년 차에 접어들었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진행 능력을 높이 평가받으며 주위의 칭찬은 물론, 인간관계 또한 소통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잘 형성하고 있던 박 씨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이런 박 씨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부하직원의 조그만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호통을 치거나, 업무 중 한숨을 쉬며 짜증을 내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던 박 씨였지만, 사소한 사항들과 약속들을 잊는 일도 예전보다 많아졌고, 심지어 퇴근 후에도 업무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로 밤잠을 설치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와 같은 본인의 처지를 고민하던 박 씨는 직장 근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번아웃증후군이란 지나친 책임감과 의욕으로 살아가던 직장인이 제 풀에 지쳐 몸과 마음이 녹다운 되어 나타나는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증상을 말한다. 이는 탈진증후군, 소진증후군 등으로도 불리는데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어느 순간 무기력감이 느껴지면서 속이 텅 빈 느낌이 들고 나중에는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끼게 된다. 또한, 평소보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진 느낌이 들고, 열정 또한 사라지며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예전보다 더욱 빨리 지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나중에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예민해지며 사소한 말 한마디에 심한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탑정신건강의학과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경호 원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평균 10시간 넘는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증후군 증상을 나타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성격이 예민한 경우도 있지만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하거나 업무성과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완벽주의자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업무 강도가 센 직종일수록 번아웃증후군 발생률이 높아지며,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한 여성이 남성보다 발생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증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한 상태에서 악화되면 결국 주변인들과 크게 다투거나 하는 등의 사회생활 문제를 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초기 치료가 필요하다.
한 원장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번아웃증후군을 겪을 수 있지만, 주변인들과의 대화, 가벼운 운동 및 재충전을 위한 여가활동 등으로 충분히 스스로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무기력증과 스트레스를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해보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번아웃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해방 창구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며, 평소 명상이나 사색 등 개인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과 행복감 또한 느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