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넷플릭스 글로벌 CP 사업자 트래픽 높아지면서 국내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분쟁중
최근 미국에서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서 글로벌 CP(콘텐츠 사업자)들의 망 사용에 대한 적정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망 중립성이 유지되고 있지만, 글로벌 CP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망을 제공하는 이통사가 통신 인프라 구축과 유지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도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사업자들이 이통사와 망 사용료 적정성을 두고 크고 작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고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 해서 방통위 제재를 받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0일 시작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각 당의 과방위 위원들이 이들 글로벌 업체 한국 법인 대표들을 대거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내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해 세금과 망 사용료 지불은 인색하다는 것이다.
사실 페이스북과 국내 이통사와의 망 사용료 갈등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글로벌 CP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통신사의 늘어나는 트래픽 부담을 놓고 망 사용료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통신사들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CP들의 트래픽이 증가한 만큼 망 사용료를 추가로 받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유튜브는 망 사용료를 거의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150억 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 온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도 국내 업체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사용자 이익 침해 논란이 불거져 방통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방통위는 3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 이용자 이익을 저해했다며 과징금 3억96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글로벌 통신 플랫폼 사업자인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업자와 망 사용 협상 과정에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 경로를 변경,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해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5월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면서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시 페이스북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콘텐츠 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문제를 포함, 그 어떤 종류의 서비스 지연이나 불편이 없도록 최적의 서비스 제공이 원칙인데, 경로 변경으로 네트워크에 부정적 영향을 고의적으로 초래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송 사유를 밝혔다. 방통위가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 대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고 판단한 것에 반박한 것이다.
특히 접속 경로 변경과 관련,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망이 KT IDC센터 내 캐시서버와 연결이 차단된 것은 2016년 ‘상호접속’ 고시 변경으로 KT가 두 ISP에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내려진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복수의 연결 구조를 갖고 있는 인터넷 특성상 KT 캐시서버를 직접 통하지 않아도 서비스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발생한 이용자 품질(속도) 저하 원인도 페이스북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일어났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캐시서버 설치를 제안하고 이를 빌미로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해 협상 과정에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힘을 과시했다는 KCC 주장도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측은 “사용자 또는 사용환경 등을 빌미로 협상하려 했다는 건 사용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페이스북 가치와 크게 위배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캐시서버 설치는 국제 망 사용료 절감 등 비용 효율성을 비롯해 사용자 규모 및 데이터 사용의 급증에 대비, 원활한 사용자 환경 구축을 위해 자체 비용으로 설비를 마련해 KT IDC센터에 임대 형태로 설치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IDC 임대료도 통상적 수준으로 과금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사업자들만의 특혜라면 형평성 측면에서,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맞게 재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플랫폼에 대한 잘못된, 그리고 지나친 규제 방향에 대한 전환 없이 글로벌 통신서비스의 국내 활동만 위축시킨다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힐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