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 더 힘드냐 ” 묻자 47.7%씩 응답… 기업규모 클수록 “주 52시간제 더 어렵다”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를 경영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주는 정책으로 꼽았다. 특히 종업원 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주 52시간제가 경영에 어려움을 준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투데이가 창간 8주년을 맞아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지난달 5~17일 기업 461곳을 대상으로 ‘현안에 대한 기업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를 꼽은 응답률이 각각 47.7%로 같았다. 이 중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79.6%가 비용 증가를 꼽았다. 이어 신규채용 어려움(14.7%), 저숙련 노동자의 증가(5.3%)가 뒤를 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역시 올해 7530원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확정돼 기업들의 비용 증가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제에 따른 가장 큰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과 마찬가지로 비용증가(30.3%)였다. 그 뒤를 이어 노동시간 준수를 위한 편법 만연(27%), 가이드라인 부족(24.2%), 기업 경쟁력 하락(16.4%) 순이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최저임금 인상보다 주 52시간제가 경영에 더 어려움을 준다고 응답했다. 종업원 수 500명 미만에서는 46.4%에 그쳤지만, 1000~5000명 미만에서는 52.5%로 높아졌다. 기업 규모에 따라 느끼는 어려움도 달랐다. 종업원 수가 적을수록 비용증가를, 종업원 수가 많을수록 새로운 정책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부족을 꼽았다.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은 500명 미만에서 34.2%로 나타났고, 500~1000명 미만은 17.2%, 1000~5000명은 14.3%로 규모가 커질수록 줄어들었다. 반면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고 답한 비중은 500명 미만이 20.2%로 가장 낮았고, 500~1000명 미만은 37.9%, 1000~5000명은 38.%로 기업이 커질수록 증가했다. 이는 현장 혼란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책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20여 일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키웠다. 고용노동부는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여부, 교육시간은 강제성 여부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산업현장에서는 구체적인 항목마다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연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시행을 닷새 앞두고 내놨다.
정부는 현장 혼란을 감안해 시행을 열흘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제안대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7월부터 최대 6개월의 시정 기간을 두고 주 52시간 위반에 따른 처벌을 유예했다.
대기업들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유연근무제의 한 종류인 탄력 근로시간제의 기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일이 없을 때 단축해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운영 기간을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 단위로 적용하고 있다. 취업규칙으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경우 단위 기간은 2주고, 노사 서면합의는 3개월이다.
경총 측은 “일률적이고 급격한 제도 시행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수반되는 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고용 상황 악화에 영향을 준 대표적인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제를 꼽으며 정책 대안에 대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실태조사를 연내에 끝내고 결과에 따라 확대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