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등 대규모 주택공급 방안을 내놨지만 규제 완화는 외면한 채 외곽 지역에 집을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21일 내놓은 방안을 보면 서울에서는 성동구치소 부지에 1300가구, 개포동 재건마을 부지에 340가구가 공급된다. 이외 비공개된 9개 부지에 8642가구가 들어서며 이 부지들은 서울시가 사업구역 지정 등 절차를 마치고 공개할 방침이다.
또한 경기도에는 광명 하안2(5400가구), 의왕 청계2(2560가구), 성남 신촌(1100가구), 시흥 하중(3500가구), 의정부 우정(4600가구) 등에 공급이 이뤄진다. 인천은 검안 역세권에 7800가구가 공급된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지역들의 경우 집값이 비교적 안정적인 외곽지들 위주로 포함되면서 서울 등 과열지역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특히 후보지로 사전에 유출됐던 과천이 빠지며 정부가 부촌인 강남과 과천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빗발쳤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과천이 신규 공공택지서 빠진 것을 규탄하는 청원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호응을 얻은 청원은 “과천은 경기의 강남이고 의정부나 시흥은 비교적 서민들이 사는 곳인데 이런 엄한 곳에 주택을 공급하는 이유가 김수현 사회수석이 사는 과천은 영원히 부촌으로 남기고 서민은 영원히 서민으로 살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앞서 과천은 광명, 의정부, 시흥, 의왕, 성남, 안산 2곳 등과 함께 공공택지 후보지로서 사전 유출된 바 있다. 과천 선바위역 일대 115만6000㎡ 규모의 유휴부지를 개발해 주택 71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었다. 과천시와 지역 주민은 이를 무분별한 난개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사전 유출 후보지 중 과천과 안산이 제외됐고 국토부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마치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21일 공개된 수도권 공급량 중 45%를 차지하는 인천 검안, 의정부, 시흥 지역 주민들은 집값이 오르지도 않는 상황서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된 것에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1년 사이 주택가격 상승률이 과천은 6.3%를 기록할 때 인천은 0.6%, 의정부는 1.1%, 시흥은 0.2%에 그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에 대한 고려보다는 수량 채우기에 매몰된 측면이 있다”며 “인천, 의정부, 시흥은 미분양이 날 정도로 공급량이 충분한 곳인데 여기를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해 집값 과열을 막겠다는 것은 다소 무의미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실련 역시 성명을 내고 “이미 과거 신도시 개발, 택지개발 방식의 주택공급으로 집값이 안정됐던 사례는 없다”며 “공기업은 땅장사, 건설사는 집장사, 투기꾼은 시장교란으로 신도시 정책을 망쳐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가 규제 완화라는 손쉬운 방법을 두고 시장과 감정싸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로 인해 일정이 늦어지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인원 한남’의 경우만 해도 HUG가 분양가 승인을 수개월씩 미루며 선임대로 돌아섰고 일선 분양단지들 역시 적게는 수주에서 수개월씩 분양이 연기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고수하고 있는 35층 층고제한 역시 공급을 옭죄는 역할을 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서울시가 조금만 물러서서 규제를 손보면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데 고집을 피우는 형국”이라며 “외곽지역에 신도시 개발 등은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는 만큼 당장 시장 안정 방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