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벼랑으로 내모는 '디지털 성범죄', 이런 것도 해당하나요?

입력 2018-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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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동의해도 유포하면 처벌…한국여성인권진흥원, 피해자 상담·법률·의료·삭제 등 지원

▲지난달 14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계단에 불법촬영 범죄예방을 위한 래핑 홍보물을 설치했다.(뉴시스)
불법촬영 영상물 삭제 등을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생긴 뒤 100일 동안 1040명이 피해를 신고했다. 개소 50일 당시 신고한 493명의 배가 넘는다. 피해자 한 명당 많게는 1000건 이상의 사진 혹은 영상이 유포됐다.

전제 피해자 중 여성은 88%를 차지했다. 불법 영상을 촬영한 사람의 74%는 전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거나 학교나 회사에서 만난 아는 사이였다. '디지털 성범죄'의 대상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국민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처음 보자마자 죽어야 하나 생각했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 피해자들이 영상을 처음 접하는 순간 느낀 감정이다. 한 피해 여성은 기관의 도움을 받아 불법 영상을 삭제했지만,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규모에 손을 쓸 수 없어 직장마저 그만뒀다. 남들이 알아볼까 무서워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 대인기피증까지 걸린 이들도 많다.

하지만 피해자 구제는 쉽지 않다. 너무나도 빠른 불법 영상물 확산 속도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불법 영상물은 '국산 야동'이라는 이름으로 피해 촬영물이라는 인식 없이 소비되고 있다. 피해자는 고통받고 있지만, 가해자를 잡아들이는 건 쉽지 않고, 제대로 처벌도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보았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피해자는 어디서, 어떻게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 궁금증① "성관계 영상 촬영에 동의했습니다. 이후 유포된 사실을 알았어요. 이런 경우도 디지털 성범죄인가요?" = 그렇다.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동의 없이 성적 촬영물이 유포됐다면 디지털 성범죄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촬영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성적 촬영물을 유포한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촬영, 유포, 협박, 전시하는 행위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은 모두 디지털 성범죄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로도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리벤지(복수)의 의미가 부적절하고 불법 촬영물(피해 영상)을 포르노로 지칭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비판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로 통칭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 간의 사소한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에 해당한다. 현행법으로도 처벌되고 있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촬영에 대한 동의는 결코 유포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지 않는다. 유포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동의했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 이는 결코 유포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 궁금증② "몰래 찍힌 사진, 몰래 유포한 영상 등을 내려받거나 보는 것도 죄가 되나요?" = 보는 행위, 내려받는 행위만으로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은 아니다. 다만, 재유포를 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확산하는 불법 촬영물의 소비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따라서 촬영물을 내려받고 보는 것은 비록 직접적인 처벌 대상은 아니나, 명백히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는 일이며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 궁금증③ "아주 오래전에 피해를 받았어요. 그래도 신고가 될까요?" =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정확한 피해 유형과 피해 발생 시점이 파악돼야 신고 가능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 발생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만일 공소시효가 지나 신고할 수 없더라도 지원센터에서 상담 지원, 삭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 궁금증④ "신고하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데 어떡하죠?" = 가해자의 유포 협박은 범죄다. 협박 범죄는 유포를 빌미로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가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원센터나 사이버 경찰청,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와 1:1로 만나는 상황은 최대한 멀리하며, 지속해서 지원기관과 연락을 이어가야 한다.

◇ 궁금증⑤ "삭제 지원을 받고 싶어요." =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센터에서는 지속적인 상담과 피해 영상에 대한 삭제 지원을 하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전화 접수를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상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 유형에 따라 삭제 지원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안내받을 수 있다.

삭제 지원을 위해서는 연락받을 수 있는 연락처, 피해 촬영물을 특정할 수 있는 단어나 캡처 화면, URL, 원본 영상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으면, 신고에 어려움이 있어서 가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피해 촬영물은 언제, 어떤 아이디로 유포했는지 등이다. 가해자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도 상담과 삭제 지원은 제공된다.

이 밖에도 지원센터에서는 피해자가 원하는 수사와 법률 등의 지원, 의료 지원 연계 등도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인 상담과 삭제 지원은 모두 무료다.

◇ 궁금증⑥ "과거에 유포한 가해자를 신고하고 영상(사진)을 삭제했는데, 또 유포됐어요." =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해서 삭제한 영상이 재유포되는 등 피해가 재발생, 재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지원센터는 재유포 피해 또한 지원하고 있으며, 받을 수 있는 지원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지원센터에서 다시 지원받으면 된다.

◇ 궁금증⑦ "지원센터의 역할은 디지털 장의사와 비슷한가요? 삭제 지원을 요청하면 바로 삭제가 되나요?" = 지원센터와 디지털 장의사는 피해 촬영물을 삭제해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비용이 무료인 점, 삭제 외에도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삭제 지원 후 삭제에 걸리는 시간은 피해 촬영물이 업로드되는 플랫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현재까지 평균적으로 3~4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지원센터는 더 신속한 삭제 지원을 위해 다양한 지원기관과의 연계와 협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지원센터에서는 지속해서 삭제 내용을 리포트로 작성해 제공하고 있다. 리포트를 통해 명세들을 확인할 수 있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경우 지원센터로 직접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 궁금증⑧ "미성년자인데 부모님 모르게 지원받을 수 있나요?" = 만 14세 미만의 경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15세 이상의 미성년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가해자가 가족이어서 집에서 나왔다면, 피해자가 원할 시 1366이나 성폭력 상담소 등으로의 연계를 통해 보호시설에서 임시로 머물며 숙식을 받을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쉼터 연계 외에도 무료로 법률지원, 의료지원 연계 등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을 신청할 때 별명(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 피해자 지원 과정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담 내용은 외부에 공개·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가해자에 대한 신고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경우 실명이 필요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상담 시 안내받으면 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현판식.(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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