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은 캐나다 제약사 안티스 테라퓨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신약후보 물질 ‘ATB-346’을 한국에 독점으로 들여온다고 10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선수금(업프런트) 11억 원을 포함해 약 111억 원(1300만 캐나다 달러) 규모다.
안티브 테라퓨틱스는 ATB-346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승인 신청을 낼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계약에 따라 ATB-346 국내 개발 및 판매 독점권한을 갖는다.
광동제약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연간 50억~60억 원 규모다. 이번 소염제 라이선스 확보에 투자한 금액은 이 금액의 2배에 달한다. 제약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최 부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광동제약은 신약의 국내 도입과 파이프라인 확충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팰러틴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여성 성욕장애 치료제 신약후보 물질 ‘브레멜라노타이드’의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최 부회장은 1969년생으로 최수부 광동제약 창업주의 외아들이다. 창업주가 2013년 별세하자 그해 7월 대표이사로 선임돼 2015년부터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외형 성장을 목표로 세운 최 부회장은 식음료 유통 사업에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광동제약의 대표 상품 ‘비타500’은 판매량 55억 병을 돌파하며 국내 비타민 음료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했다. 곡물 음료 장수 브랜드 ‘옥수수수염차’도 10억 병 판매를 기록했다. ‘제주삼다수’ 유통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진출한 생수 사업은 광동제약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같은 성장 전략 아래 최 부회장은 2016년 사상 첫 매출액 1조 원 달성의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식음료 유통 사업이 차지하면서 최 부회장은 광동제약이 간판만 ‘제약’을 달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를 짊어져야 했다. 부친인 최 회장이 ‘경옥고’, ‘우황청심원’, ‘광동쌍화탕’ 등 한방의약품을 중심으로 광동제약의 기반을 다졌지만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출시 이후 유통부문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음료부문 매출 비중은 2016년 51.5%, 2017년 54.6%, 2018년(상반기) 56.1%로 증가 추세다.
그런 광동제약이 이번에 의약품 부문 투자를 늘리면서 의약품과 음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회사는 제약산업이 전문의약품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추세에 따라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R&D와 영업력 등 핵심 역량 육성에 돌입했다.
일반의약품 매출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9월 조선무약으로부터 ‘솔표’ 상표권을 인수한 뒤 6월 재출시한 1990년대 인기 생약소화제 ‘솔청수’는 첫달에만 70만 병이 판매됐다.
하지만 턱없이 낮은 R&D 투자비용은 최 부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62억 원으로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장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평균 9%다. 광동제약과 매출액 규모가 비슷한 한미약품이 지난해 1706억 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25분의 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