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8월 소비자물가는 왜 목표 수준을 하회했나?

입력 2018-09-06 10:21수정 2018-09-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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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작년 이맘때 모 기관에서 열린 토론회 중 “이렇게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데, 앞으로 인플레가 참 걱정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2018년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상승하는 데 그쳐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2.0%)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껏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을 넘은 것은 2017년 9월 단 한 달에 불과하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된 이유는 뭘까?

일단 최근 집값 상승세가 서울 등 일부 지역 아파트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2018년 8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KB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단 1.8%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으로 한정하면, 1년 동안 8.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국’ 기준으로 측정되기에 서울 아파트 가격 위주의 상승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집세’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3%에 불과한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집세는 주택 가격이 아닌, 전세 등 임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데 최근 전세 가격은 매우 안정적이다. 8월 기준으로 전국 주택 전세 가격 상승률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으며,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세 가격의 안정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 압력’이 점점 높아진 것도 인플레 압력을 낮춘 요인이다.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이하 ‘직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 한·미 그리고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차례대로 체결된 이후 ‘직구’ 규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2분기 해외 직구 규모는 68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29.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서의 직구가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53.1%)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의 직구 비중이 2017년 2분기 11.4%에서 2018년 2분기 17.3%로 상승하는 등 다변화의 경향이 나타나 직구 열풍이 쉽게 가라앉긴 힘든 상황이다.

국제적 경쟁의 증가는 ‘직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국제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만7000명의 외국인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난다. 외국인의 입국은 20대가 15만4000명으로 가장 많고, 30대(10만2000명), 40대(6만 명)의 순서였다. 또 입국자의 체류 자격을 살펴보면 단기가 38.6%로 가장 많지만, 그다음을 취업(26.7%)과 유학(12.8%)이 잇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유입된 외국인의 대부분이 ‘취업’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15년 6만1000명에서 2016년 7만5000명 그리고 2017년 10만7000명으로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을 ‘기대 소득’ 증가 이외에 다른 변수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의 인력 유입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증가 속도까지 빨라지니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도 상승하기 쉽지 않다. 2018년 상반기 ‘사업체 규모별’ 임금 통계를 살펴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543만 9000원을 기록한 반면 1~4인 사업장의 임금은 단 200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의 월 평균 임금을 기준(100)으로 측정한 상대임금 역시, 2011년 38.2에서 2018년 상반기 36.8로 떨어지는 등 임금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결국 생산성 향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대기업들은 임금 인상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느린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이 날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세 가격의 안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경쟁 압력이 날로 강화되는 상황에서 인플레 압력이 가파르게 높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유가의 상승세가 지속하고, 터키에서 시작된 신흥시장의 불안이 외환시장에 옮겨 붙으면 수입물가가 급등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다만 적어도 국내의 변수만 놓고 본다면 물가 불안 요인보다는 안정 요인이 더 우세한 상황이라는 것 또한 잊지 말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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