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 연일 선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만날 때마다 인사를 참 예쁘게 잘하는 중3 학생을 오늘도 만났다. 9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한번 물어봤다. “아시안게임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지?”, “네”, “그게 무슨 뜻이야?”, “음…, 그게요,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워서 이기면 우리나라 선전이 되잖아요?”하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내가 잠시 그저 웃기만 하자, 그 아이는 약간 겸연쩍다는 듯이 혼잣말처럼 “아닌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가 ‘선전’의 뜻을 막 설명하려고 하는데 승강기가 이미 1층에 도착했다. 아이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역시 그 예쁜 인사를 하면서 먼저 밖으로 뛰어 나갔다.
혼자 남은 나는 언제라도 그랬듯이 아이의 그 명랑한 모습으로 인해 나까지도 활기를 얻은 듯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선전’에 대한 설명을 못 해준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꼭 설명해 줘야지…’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할 때의 선전은 ‘善戰’이라고 쓴다. 각 글자는 ‘잘할 선’, ‘싸울 전’이라고 훈독한다. ‘잘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善’은 흔히 ‘착할 선’이라고 훈독하지만 ‘잘’이라는 부사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선전이 된다”고 할 때의 선전은 ‘宣傳’이라고 쓰며 ‘베풀 선’, ‘전할 전’이라고 훈독한다. 사상이나 이론, 지식, 또는 어떤 사실 등을 ‘베풀어(펼쳐) 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하는 것이 宣傳인 것이다. ‘넓을 광(廣)’, ‘알릴 고(告)’를 써서 ‘널리 알린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광고(廣告)’와 비슷한 말이다.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면 우리나라가 온 세계에 널리 선전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善戰과 宣傳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