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38년 만에 전면개편…공정위 권한↓대기업 규제 수위↑

입력 2018-08-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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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담합’ 전속고발제 폐지…총수家 사익편취 규제 지분 20%로 일원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날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가격담합, 입찰담합 등 위법성이 중대하고 소비가 피해가 큰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상장사(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비상장사와 마찬가지로 20% 이상으로 일원화된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이 상향되고,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요건은 대폭 완화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이날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하고, 향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8년 만에 전면 손질한 개정안은 올해 3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논의결과와 국회 토론을 통해 수렴된 의견 등을 토대로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지난달 특위가 내놓은 권고안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해관계자들 간의 이견이 있고, 타 부처와의 협업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일부 수정·보완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전속고발제 등 공정위의 법집행 권한을 줄이고,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됐다.

◇경쟁법 집행에 '경쟁원리' 도입…법위반 억지·신속한 피해구제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는 우선 법위반 억지력 제고 및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형사·민사·행정 등 다양한 집행수단을 제도화해 경쟁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했다.

한마디로 공정위가 막강한 법집행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국민적 비판을 받아온 사건처리 지연과 솜방망이 처벌 우려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했다. 참고로 공정위는 이와는 별도로 유통3법, 표시광고법, 하도급법(기술유용 부분)상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의원 발의된 상태다.

향후 해당 분야의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면 공정위 외에 다른 국가기관과 시민단체 등도 관련 부당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검찰도 자체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해진다.

법위반 판단에 있어 경쟁제한성 분석이 필요해 법체계상 형벌이 맞지 않는 기업결합 및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사업자단체 담합 및 사업활동방해 금지 행위에 대해서는 형벌을 삭제했다.

또한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갑질 근절과 관련된 거래상지위남용 등에서는 형벌을 유지하되, 경쟁제한성 분석이 필요한 차별취급ㆍ거래거절 등에 대해서는 형벌을 삭제했다.

피해구제의 필요성이 큰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 제외)의 경우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위법행위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와 담합·불공정거래행위의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의 손해액 입증을 지원하는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도 도입했다.

이 밖에도 행정제재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위반행위 유형별 과징금 상한을 일률적으로 2배 상향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법제가 시행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갑질 근절’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예측가능·지속가능 규율체계 구축…총수家 사익편취·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

공정위의 재벌개혁과 관련이 있는 기업집단법제에 대해서는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규율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공정위는 규제회피 등의 지적이 많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현행 상장사 총수일가 소유 지분율 30% 이상에서 비상장사와 마찬가지로 20% 이상으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도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시켜 규제 실효성을 제고했다.

또한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상장회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 15%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규제준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년 유예기간 부여 후 3년에 걸쳐 단계적 행사한도(30%→25%→20%→15%)를 축소하도록 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도 기존 상장사 20%·비상장사 40%에서 상장사 30%·비상장사 50%로 상향했다.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와 새롭게 자회사·손자회사를 편입하는 기존 지주회사가 적용대상이다.

이러한 지분율 요건 상향은 총수일가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와 자·손자회사 간 내부거래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지주회사 체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간 논의됐던 금융보험사의 추가적인 의결권 제한(의결권 행사한도 5%로 제한)은 규제실익이 크지 않아 현재 기준대로 유지했다. 다만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와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은 예외적 의결권 행사사유에서 제외했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폐단을 낳아온 순환출자의 경우에는 현재 순환출자 고리가 사실상 해소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신규로 지정되는 기업집단에 한해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대기업 벤처기업 투자 확대 유도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완비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벤처기업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요건인 자산총액을 현재 50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낮췄다. 또한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한 일반지주회사가 벤처지주회사를 자회사로 둘 경우 20%(상장·비상장 동일)만 보유해도 자회사 편입을 허용토록 했다. 벤처지주회사를 손자회사로 둘 경우에는 지분율 50% 이상(기존에는 100%)으로 완화했다.

신산업 분야에서 성장잠재력이 큰 신생기업 인수 등이 현행 기업결합 신고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인수가액’이 큰 경우 기업결합 신고가 되도록 신고기준도 보완했다.

공정위는 또 정보교환을 매개로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담합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정보교환 행위를 법률상 담합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당국의 분석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조정원의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독과점산업에 대한 시장분석 근거 등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법집행 과정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제를 개정안에 담았다.

현재 고시로 규정된 변호인 조력권이나 피조사자의 진술권 등을 법률로 상향하는 한편, 피심인 등의 열람·복사 권한을 강화해 피심인의 실질적인 방어권을 높였다.

아울러 공정거래사건의 처분시효를 단축하고, 심의 단계에서의 현장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공정위 조사의 재량도 줄였다.

공정위는 또 심의기구인 위원회의 충실한 심의를 위해 비상임위원 4인을 모두 상임위원화(1급)하되, ‘직능단체 추천제'를 도입해 대한변협·대한상의·중기중앙회·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전문가를 상임위원을 임명하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마련한 개정안이 부족한 면이 있겠지만 향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추후 해당 상임위 의원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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