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와 달리 코스피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중국을 따라가는 동조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상해종합지수의 상관관계가 23일 0.9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워질수록 두 지수의 상관도가 높다는 의미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등락할 경우 0보다 작아진다. 이날 코스피와 다우존스지수의 상관계수는 -0.11를 기록했고, 코스피와 나스닥은 -0.69다.
코스피와 상해종합지수는 5월 말까지 -0.07을 기록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커플링 현상이 심화됐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와 코스피는 양(+)의 상관관계에서 음(-)으로 바뀌면서 상관도가 낮아졌다. 올해 초 한국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증시를 따라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찬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6월부터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한국 시장의 하락이 시작됐는데, 이때부터 중국 증시와 커플링 현상이 시작됐다”며 “최근에는 두 지수가 상당히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상관관계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가 커플링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무역갈등으로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한 후 최종재 형태로 중국에 수출하는 가공무역이 전년 대비 7.4% 하락했다”며 “중국 수출 전망이 부진하다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들의 수출 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총생산에서 중국 수출 비중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라며 “이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데, 중국 수출이 부진해지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역시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무역전쟁이 이어질수록 국내 증시의 반등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조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을 따라갈 만큼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고,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지금 장세에서는 뚜렷한 호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