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자연재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 빨리 마련돼야…최악의 경우 40도 넘길수도"

입력 2018-07-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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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란 기자 photoeran@)

최고기온 40도에 육박하는 '가마솥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폭염도 자연재난"이라고 결론내리고 국가 차원의 폭염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축산 농가에서는 찜통 더위로 인해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재난 전문가는 올해 최악의 경우 40도를 넘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북 익산에서 양계농장을 하고 있는 A 씨는 23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닭은 체온이 41도여서 더위에 정말 못 견디는 동물 중 하나다. 5만 수 규모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 더위로 인해 폐사가 급속도로 이뤄지기 시작해서 어제 같은 경우는 2000여 마리가 폐사했다"라며 "우리 농가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닭들이 죽으면 일정 금액의 보험 혜택을 받는다. 다만 농가들이 정말 힘든 부분은 이 죽은 폐사체를 끌어내오는 작업이다. 계사 온도가 35도, 40도 이상 되기 때문에 불과 1~2시간 후에 부패해서 폐사가 돼 버린다"라고 언급했다.

A 씨는 "죽은 닭을 만져보면 손이 뜨거울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 있다. 또한 1~2시간 만에 부패가 돼버리고, 이것을 바로바로 수거하지 않으면 닭들이 거기에서 자체적으로 쪼아먹기도 하고 참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이것을 죽으면 바로 수거해 와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라며 "이 때 수레나 이런 것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들어서 내오는 그런 작업이 연속되는데 바깥에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록 힘들다"라고 밝혔다.

폭염이 이어지자 축산농가에선 매번 지붕에다가 물을 뿌려주고 안에도 직접 물을 살포하고 팬을 최대한도로 가동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주민들끼리 서로 힘들어서 도와주고 싶지만 각자 농가에서 폐사체를 끌어내는 작업이 한두 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 하루도 감당을 못한다"라며 이번 정부가 '폭염도 자연재난'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선 데 대해 체계적인 대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도우 재난안전연구원 박사도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1994년 사례와 비교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때와 유사할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는 더위가 일찍 시작을 해서 지속되고 있고, 8월 기상 상태에 따라서 94년을 넘어서는 더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도우 박사는 "더위는 지속될수록 대기 하층이나 지표에 열이 축적돼 기온이 올라갈 수 있고, 계절적으로는 일반적으로 8월 초께 기온이 정점을 찍는다"라며 "그래서 향후 기온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규 관측소에 관측된 최고 기온은 40도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94년 당시 태풍이 안 왔더라면 40도도 기록했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라며 "최악의 경우는 40도도 준비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94년 사례를 소개하면 당시 중국 쪽으로 약 30일간 폭염이 발생했고 이 중 하루도 빠짐 없이 폭염이 지속된 최대 연속 일수는 평균 약 14일 정도였다. 이로 인해서 총 93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라며 "기상청 기후 변화 시나리오와 통계청의 노인 인구 예상치를 함께 고려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2030년이 되기 전에 약 100명이 넘는 94년을 넘어서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후로는 최대한 250명 정도 규모의 피해가 2050년께 나타날 수 있음이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정부가 '폭염도 자연재난'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선데 대해 김도우 박사는 "사실 폭염이 태풍, 지진과 다른 특징이 있어서 그간 재난안전법상 명확히 재난이라고 명시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런 대규모 피해가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기 때문에 폭염을 재난으로 명확히 명시하고 후속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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